[세계경제 엿보기]中 『한국 재벌정책은 반면교사』

  • 입력 1998년 6월 14일 19시 40분


한국경제의 특이한 존재인 ‘재벌’이 중국에서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그동안 기업합병과 업종다각화 등 ‘몸집 불리기’에 골몰하며 “한국의 재벌정책을 배우자”고 했던 중국이 한국의 외환위기를 보고 깜짝 놀라 궤도수정을 하고 있다.

중국의 국영기업체들은 한동안 ‘문어발 경영체제’를 추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업종전문화와 특화의 논리는 안중에 없었다.

이들은 한국식 재벌 형성과정을 성장모델로 진지하게 공부하면서 “서구의 거대기업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커져야 한다”는 믿음을 확인했다.

국영 언론들조차 한동안 “각 부문의 선두기업들이 다른 기업들을 합병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사회과학학회의 한 연구원은 “중국엔 1백22개의 자동차회사가 있지만 모두 난쟁이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포드나 GM 같은 거인을 어떻게 상대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정부도 자동차 컴퓨터 가전 등 ‘규모의 경제’를 시현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해 대출집중 세금감면 연구비지원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식 재벌체제가 외환위기의 중요원인중 하나이며 경제구조 고도화의 걸림돌로 지목되자 상황이 반전됐다.

물론 몸집 불리기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히 적지 않지만 “한국의 경험을 교훈삼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된다”는 자성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실수로부터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길을 찾아 △정경유착 △중복투자 △뇌물관행 △정실주의 △낮은 효율성과 투명성 △부의 집중 △부의 세습 등 재벌왕국의 문제점에 미리 대비하려 하고 있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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