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北동포위한 한끼 금식

  • 입력 1998년 4월 24일 19시 47분


물질의 많고 적음보다 정성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예로 불교에서는 ‘빈자일등(貧者一燈)’ 고사가 자주 인용된다. 부처님이 아사세왕에게 설법한 후 밤에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돌아갈 때 왕은 수많은 등불로 길을 밝혔다. 가난한 여인 난타(難陀)도 등 공양을 하고 싶어 저녁을 굶는 대신 기름을 사서 등 하나를 밝혔다. 정성으로 켠 그녀의 등불은 새벽녘 왕의 등불이 다 꺼진 후에도 꺼지지 않고 더 밝았다는 것이다.

▼빈자일등의 정성을 모아야 할 ‘북한동포를 위한 국제금식의 날’ 행사가 25일 국내 26개 도시를 비롯해 세계 36개국 1백7개 도시에서 펼쳐진다. 참가자 중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2세가 있는가 하면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 티베트 망명지도자 달라이 라마 등의 이름도 보인다. 국내 6개 종교를 중심으로 94개 시민단체도 참여해 북한 기아 실상이 알려진 후 민간차원으로는 최대 행사가 될 전망이다.

▼“한끼 식사값 5천원이면 북한 주민 한명이 한달간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행사 관계자는 한끼 금식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하며 전세계적으로 2백만명이 동참해야 모금목표액 1백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힌다. 세계적으로는 유명인이 다수 참가하지만 상징적인 면이 더 큰 만큼 목표액 대부분은 우리 동포의 몫이라는 게 주최측의 생각이다.

▼IMF사태로 우리 현실도 궁핍해지고 있지만 한끼를 굶으며 더 궁핍한 북한 동포를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빈자일등이 마지막까지 불을 밝히듯 한끼 금식의 정성이 모아져 북한 동포에게 전해질 때 민족의 동질성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분수 모른 채 거품경제 속에 흥청망청하다 경제난국을 맞은 우리 자신에 대한 자성의 기회도 될 것으로 보인다.

임연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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