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 전략문제논평]印尼군부 수하르토에 등돌릴까?

  • 입력 1998년 4월 17일 19시 44분


《동아일보는 국제정세와 전략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의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논평(StrategicComments) 중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미래와 군부의 역할’을 요약, 소개한다.》

인도네시아가 최악의 경제 위기에 빠지면서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지배하고 있는 수하르토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물러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분석가들은 향후 인도네시아의 정치상황 변화에 군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그러나 △군부가 언제쯤 수하르토로부터 등을 돌릴 것인가 △군부내 파벌의 세력화 움직임 △수하르토 후계체제에 대한 군부의 입장 등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인도네시아 정치변화에 대한 전망은 크게 두가지로 갈린다.

첫째는 수하르토가 군부의 지지로 5년 임기를 무사히 채울 것이라는 견해다. 군부내에 다소 불만이 있지만 ‘감히’ 수하르토에게 도전하는 세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판치는 경제난 앞에서는 어떤 정부도 버틸 수 없기 때문에 군부가 나서서 수하르토를 몰아낼 것이라는 견해다. 경제난을 견디다 못해 수하르토에 맞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봉기가 발생할 경우 군부는 결국 시민편에 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든 독재 권력의 배경에는 군부의 막강한 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경우 군부의 위상은 매우 독특하다.

인도네시아의 군은 헌법에 의해 ‘이중기능’을 부여받았다. 즉 통상적인 군의 임무인 국방기능 외에 군의 정치참여 기능이 추가됐다. 의회 5백석 중 75석을 군부에 할애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정권은 군부의 지지에 대한 보답으로 권력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이다.

이같은 특혜를 누리는 군부가 수하르토에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주요 공직의 경우 66년 군출신 비중이 29%였으나 71년에는 71%, 80년에는 무려 89%까지 늘어나는 등 군부의 힘은 점점 커져왔다.

군부가 정권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으로 성장하자 수하르토는 군부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과 친지들의 독점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던 베니 통합군사령관을 쫓아내고 측근을 군 요직에 대거 배치했다.

또 군의 세대교체를 단행, 40년대 인도네시아 독립전쟁에 참여했던 세대를 몰아내고 상대적으로 정치적 입지가 약한 젊은 장교들을 등용했다. 군에 대한 대응세력인 이슬람세력에도 정책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93년 대선에서 군부가 추천한 트리장군을 부통령에 앉힌 것과 달리 올 대선에서는 군부와 불편한 관계로 알려진 민간인 출신 하비비가 부통령으로 등장, 군의 영향력이 전과 같지 않음을 드러냈다.

군부의 분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위란토 통합군사령관과 프라보오특전사령관이 갈등을 겪고 있다는 설이 있다. 프라보오는 46세밖에 안된데다 수하르토의 사위라는 출신배경 때문에 일부 군세력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나타난 군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초 자바섬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각지에서 일어났던 경제폭동과 약탈 등 사회적 혼란은 군부가 뒤에서 교묘히 조종한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국제사회가 인도네시아에 대한 지원을 미룰 경우 발생할 위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조만간 가시적인 경제회복의 조짐이나 국제사회의 대규모 원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도네시아 군부는 위기 해소를 위해 어떤 행동이든 취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정리〓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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