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금리 내릴 때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작년말 이래 기업의 숨통을 죄고 있는 초고금리현상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약에 따른 외환안정 우선정책이 가져온 결과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외화유동성이 바닥난 상태에서 환율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외자유인을 목표로 한 고금리정책이 불가피했다. 고금리는 소비 및 투자를 억제함으로써 수입수요를 줄이고 국제수지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다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해 어차피 없어질 기업은 도태시켜야 경제체질이 강화된다는 논리도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IMF가 주장하는 가설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IMF가 구제금융 조건으로 초고금리를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처방으로 자칫 경제가 회복되기도 전에 산업기반이 붕괴되고 그러잖아도 취약한 금융시스템까지 망가뜨려 불황의 장기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무성하다.

그같은 상황이 실제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고금리 고환율 정책은 한계기업만이 아니라 건실한 기업의 흑자도산과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해 내고 있다. 기업의 연쇄부도는 다시 금융부실을 부르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지표를 약화시켜 구조개혁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황국면에서는 고금리가 저축증대나 국제수지개선에도 별 도움이 안된다.

현재 국내기업의 총부채는 무려 1천조원에 이른다. 그리고 국내금리는 국제금리보다 3배나 높다. 구조적인 투자과잉에다 과다차입경영이 일반화된 국내산업체질로는 이같은 초고금리를 견뎌낼 수 없다. 고금리체제의 장기화는 산업의 부실구조를 개선하기에 앞서 우량기업까지 마구잡이로 쓰러뜨리고 있다. 평균 금리를 20%로 잡았을 때 1천조원의 부채에 대한 이자만도 한해에 2백조원이나 된다. 우리의 부실한 산업체질로는 이같은 엄청난 금리부담을 감내할 능력이 없다. 기업이 다 망하고 산업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버린다면 IMF처방이 옳든 그르든 무슨 소용이 있는가.

다행히 환율이 달러당 1천4백원대로 내려가면서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도 여러 불안요인이 잠복해 있지만 고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산업현장의 절박한 외침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침 정부도 IMF측과 금리인하 협의에 착수했다. 금리정책을 포함한 IMF의 정책권고도 결국은 한국경제의 회생(回生)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고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제대로 이해시켜 단계적으로라도 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해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기초도 함께 다져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고금리 조기 인하 여부는 우리의 구조조정 노력과 협상력에 달렸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