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치정국 풀리려나

  • 입력 1998년 2월 27일 20시 0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여야당 총재들이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서 표결처리하기로 의견을 접근시킨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로써 총리인준을 둘러싼 여야 대치정국에 일단 숨통이 트인 것으로 보고 싶다. 아직 고비는 남아 있으나 국정공백이 조속히 해소되고 한국을 보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걷히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정국혼미에 따른 국가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새 대통령과 구(舊) 내각’의 동거로 국정은 마비됐고 한국의 대외신인도 또한 다시 추락할 위기에 놓였었다. 김대통령이 검토한 총리서리체제도 위헌시비의 소지를 남겨 새 내각에 두고두고 상처를 주게 돼 있었다. 사태를 이렇게 악화시킨 것은 여야가 나라형편을 외면한 채 정치적 주도권 싸움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은 김종필씨 교체를 요구하며 국회에 불참했으나 그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침해이며 의회주의 훼손이다. 헌법상 대통령은 총리후보를 지명할 권한이 있고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면 투표로 부결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내 행동통일이 안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국회에 집단불참해 투표자체를 무산시킨 것은 헌법정신에도 명분에도 맞지 않은 처사였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안이하게 대처했다. 김대통령에 대한 여론을 과신해 야당을 고압적으로 대했고 일부 간부들은 총리인준을 위한 대야(對野)설득보다 입각에 더 신경을 썼다. ‘김종필총리’안은 대통령선거에서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는 여권의 주장도 자만이며 확대해석이었다. 그런 논리라면 의원내각제 개헌안에 대해서도 야당이 찬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영수회담 이후에도 한나라당에서는 백지투표 전략이 거론되지만 그것은 국회법의 무기명 비밀투표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인준반대 당론을 재조정하기 어렵더라도 투표에 당당히 임하고 찬반의 최종적 판단은 의원 개개인에게 맡겨야 옳다. 여권 또한 여론을 앞세워 야당을 압박하려는 발상을 버리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재인식해야 한다. 영수회담에서 김대통령이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고 야당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것이 일시적 국면모면용이 아니기를 바란다. 지금은 여론이 여권에 좀더 호의적일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여야는 총리인준안을 국회에서 법에 맞게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가결되면 한나라당이 승복하고 부결되면 김대통령이 다른 사람을 총리로 내정해 인준안을 다시 내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어느 경우든 국정파행과 정치불안은 최단시일 내에 끝내야 한다. 그러잖아도 경제가 위태롭고 국민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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