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간디학교 양희규교장 인터뷰]

  • 입력 1998년 2월 8일 20시 48분


작업복같은 코르덴바지를 즐겨입고 콧수염을 길렀으며 올해 나이 마흔의 남자. 이것만으로 교장선생님을 연상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대대학원과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대 박사학위까지 딴 철학박사라면 얘기는 좀 달라질까. 간디학교의 양희규교장이 바로 그 사람이다. 양교장이 대안교육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그의 천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젊어서부터 어디 한군데 매이는 것이 싫어 자유분방한 생활을 꿈꿔온 그였다. 유학을 다녀온 뒤 대학 강단에도 섰던 양교장은 아예 자신이 꿈꾸는 학교를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지금의 간디학교 학교터. 집을 팔고 있는 돈을 모두 털어 사재 1억여원을 들여 건물을 지었다. 지금까지 은행에서 빌린 돈까지 합치면 학교에 들어간 돈은 6억원이나 된다. 그래도 늘 돈에 쪼들린다.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이 5,6명 동참했고 대안교육의 취지를 조용히 전파하는 방법으로 계절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양교장은 “도시에서 찌든 생활을 하던 아이들이 자연속에서 며칠 보내고 나면 얼굴색이 달라진다”며 “한번 참가한 학생들이 다시 찾아오고 소문을 내 지원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간디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의 교육철학에 뜻을 같이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 특히 학생과 학부모의 합의가 중요하다. “간디학교는 기존 교육을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습니다. 간디처럼 ‘창조적 불복종’을 통해 대입준비에 찌든 교육현실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교장은 지난해 중고교 과정을 개설했지만 정규학교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경남교육청 등을 찾아다니며 행정절차 등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1년만에 고교과정을 인가받았다. 교육청에서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박봉으로 버텨온 교사들의 형편도 나아지게 된 것이 큰 위안이라고 양교장은 말했다. 그는 “간디학교는 학생수가 적기 때문에 개별학습이 가능하다”며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자율교육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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