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간]「나무가 있는 집」,시골집두부 안주 제맛

  • 입력 1998년 2월 8일 20시 48분


“보글보글….” 버섯 양배추 떡 애호박 사이에서 달싹거리는 하얀 두부가 금방이라도 말을 걸 것만 같다. 너른 창 밖에서 잔뜩 여윈 모과 대추 측백나무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손짓하는곳. ‘나무가있는집’(02―737―3888).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서대문로터리쪽으로 2백m 남짓 가다가 신문로 파출소 바로 앞 골목으로 우회전해 70m. 열댓개 남짓한 돌계단을 올라가면 색바랜 회벽에 담쟁이가 말라붙은 호젓한 단층 기와집. “여기 오면 서울 한복판에 앉아 있다는 걸 잊게 돼요. 구운 두부안주에 동동주 한잔이면 숨통이 트이지요.” 지난 금요일 이 집을 찾은 회사원 김용한씨(34)의 말. 그는 1년전 문을 연 이 집이 세종로 일대 회사원과 정부청사의 공무원 사이에 ‘분위기 있는’ 두부집으로 소문이 나 있다고 말했다. 2년 전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패션사업을 했다는 주인 고봉학씨는 멋진 콤비에 야한 넥타이차림으로 손님을 맞는다. “노모가 계신 강원 영월에서 농사지은 콩을 가져와 매일 가마솥에 끓여 두부를 만듭니다. 서울 도심에서 ‘시골집 두부’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몇군데 안될 걸요.” 20대 후반의 오피스걸도 즐겨 찾는다. 달큼한 동동주 맛에 속아 석잔 넉잔을 홀짝거리다 본의아니게 취해 나가는 여성도 있다는 것. 가정집을 개조해 방마다 독특한 분위기로 꾸며 통나무방 녹색방 테라스 등으로 이름을 붙여놨다. 점심 저녁 식사시간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잡기 힘들다. 두부전골 순두부전골 비지전골은 각각 4인분 기준으로 2만5천원, 동동주 한동이 5천원, 두부구이 1모 5천원, 두부김치 1만원, 밥 국 생선구이 등 쟁반으로 나오는 깔끔한 백반이 4천5백원. 공휴일에는 휴무.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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