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용정/다보스의 「일본 때리기」

  • 입력 1998년 2월 2일 19시 39분


매년 이맘때 쯤이면 스위스 남동쪽 작은 산골 마을 다보스는 오늘의 세계를 이끌고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각국 지도자들과 현대의 지성들로 크게 붐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달 29일 개막돼 오늘 막을 내리는 제28차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는 40여명의 국가원수급 지도자를 비롯해 2백50여명의 각료급 정치인, 세계적 기업인, 문화예술인, 종교인, 과학자 등 2천여명이 회동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21세기의 도전’이었지만 분과별 토론은 세계경제와 주요지역 경제, 국제정치와 안보, 과학 기술진보와 문화예술 등 다양한 주제가 망라되었다. ‘안락사에서 디지털 민주주의, 일본의 금융정책에서 미국의 21세기 패권주의까지’무려 2백가지가 넘는 인류공통의 문제군(Global Common Problematique)이 빠짐없이 다루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열띤 토론의 주제는 단연 ‘아시아 경제위기’였다. 직접 이 문제를 다룬 분과토론만도 12개나 되었고 그 외 지역문제 토론과 아시아와 관계된 모든 주제토론에서도 빠짐없이 아시아의 외환 금융위기가 논의되었다. 특히 30일 ‘무엇이 아시아를 위기로부터 구해줄 것인가’라는 주제의 전체토론회에서는 ‘아시아 경제위기와 일본 책임론’을 놓고 치열한 논전이 벌어졌다. ▼미국과 유럽의 ‘일본 때리기’에 편승해 덩달아 목소리를 높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일본은 90년대 들어 아시아 각국에 저금리의 막대한 자금을 공급, 거품경제를 수출함으로써 금융위기의 바탕을 제공했다. 그런데도 막상 아시아 각국이 금융 외환위기의 태풍에 휩쓸리자 약삭빠르게 융자금 회수에 나섰고 국제적 금융지원에는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꽁무니를 빼고 있다. 일본은 이같은 비판에 답해야 한다. 〈김용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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