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98정국④]호남-영남 벽 허물기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8분


김대중(金大中·DJ) 차기 대통령은 12.18대선에서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김대중집권’의 의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야간의 정권교체라는 차원을 넘어 30여년 동안 지속돼 온 영남집권을 무산시키고 호남을 중심으로 한 비영남 연합세력에 의한 정권 수립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김차기대통령은 지역주의의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였으며 그의 질긴 정치적 생명력 또한 지역주의에 바탕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유권자들은 그러나 지역주의 극복과 동서화합을 이뤄내라는 시대적 과제를 최종적으로 김차기대통령의 어깨에 짊어 지웠다. 새로 출범할 김대중정권의 성패가 국제통화기금(IMF)위기의 극복과 함께 동서화합의 실현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김차기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일체의 정치보복을 하지 않고 어떠한 지역적 계층적 성적 차별도 단호히 배격하겠다”며 국민대화합을 거듭 역설했다. 대통령 당선후 그는 IMF사태극복을 위해서라도 국민통합과 동서화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몇번씩 강조해 왔다. 그만큼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우리사회에 깊이 뿌리내려 있으며 국민통합과 동서화합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 최근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결과 김차기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외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을 인정받아 설문응답자의 84.7%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DJ에게 전국적으로 가장 낮은 13.1%의 지지를 보냈던 대구 경북(TK)지역에서도 94%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끌었다. 대구 경북(TK)출신인 한나라당 관계자는 “DJ가 최소한 ‘김영삼(金泳三)대통령보다는 잘하겠지’라는 기대심리와 경제난 때문에 지금은 여론이 그럴지 모르지만 앞으로 열개를 잘하다 하나라도 실수하면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TK지역을 포함한 영남권에는 이같이 ‘반(反)DJ 정서’가 여전히 강하지만 지금은 휴화산처럼 잠복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대선이후 여야가 처음으로 격돌하는 경북 의성, 문경―예천과 부산 서구 등 영남 3곳의 보궐선거 결과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동해안 벨트’지역의 보궐선거에서 공동집권세력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반DJ 정서를 딛고 어느 정도의 전과를 올릴지가 동서화합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비관론이 더 우세하다. 지금은 잠복해 있는 반DJ 정서와 지역대결 구도에 밀려 여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지역언론인들의 관측이다. 김차기대통령은 당선직후인 지난해 12월22일 국민회의 의원들에게 “나에게 표를 찍지 않은 사람이나 지역도 모두 안고 서로 이해하며 화합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지도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갈라졌다”면서 “국난 극복에는 동(東)과 서(西)가 따로 있어서는 안되며 힘을 합쳐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른 한 요인이 된 표의 동서현상은 지역에 뿌리를 둔 지역정당 구조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고 지역정당 구조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선거를 통한 지역주의 극복은 불가능풉맛볕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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