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혹독한 IMF 한파…입시풍토마저 바꿔

입력 1998-01-03 20:28수정 2009-09-26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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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재수생 자녀가 있으면 학원비를 비롯한 과외비로 연간 2천만∼3천만원은 더 드는 게 보통이다. 봉급생활자 등 수입이 빤한 부모에겐 허리가 휘청할 정도의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일류대학 인기학과에 보내기 위해 그 정도는 당연한 의무로 알고 투자한다. 희망대로만 합격해 준다면 돈이 아깝지 않다는 계산이다. 그런 생각이 현실적으로 틀렸다고 지적할 만한 근거도 별로 없다 ▼그러나 혹독한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는 입시풍토마저 바꾸어 놓고 있다. 주요 대학들의 원서마감 결과 전반적으로 하향안전지원 경향에 중상위권 대학들이 호황이다. 서울대의 전체경쟁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고 그것도 인기학과는 대부분 1∼2대 1에 불과하다. 수능시험 고득점자들이 사립명문대에 대거 합격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IMF한파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전망이 좋은 사범대 교육대와 학비부담이 비교적 가벼운 지방국립대가 성황을 이뤘다. 지방 수험생들의 ‘서울원정’도 크게 줄었다. IMF체제 이후 경제의 거품이 급격히 빠지면서 무조건 명문대 인기학과만 찾던 입시거품도 걷히기 시작한 모양이다. 재수를 기피하고 부모의 경제사정에 맞는 대학을 선호하는 현상은 낡은 입시풍토를 바꾸어 놓을 가능성마저 엿보이게 한다 ▼마침 교육당국은 수능시험을 계속 쉽게 출제하겠다는 방침이고 새 정부는 과외금지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입시제도가 교육정상화는 물론 학부모들에게 지우는 부담을 최소화, 경제위기를 넘기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돈을 아끼자는 데 반대할 학부모는 많지 않을 것 같다. IMF가 깐 멍석이긴 하나 바람직한 입시풍토가 정착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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