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미래를 위한 역사인식」

  • 입력 1997년 12월 11일 08시 44분


「어느 왕조이든 어느 군주이든 집권 초기에 개혁을 하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 고려시대 최충헌과 같은 학식없는 무부(武父)도 집권초 개혁에 열을 올린 일이 있으나… 공민왕이 개혁의 기수로 이름 없는 떠돌이 승려 신돈을 중용했을 때 국민은 성인이 나타났다고 환호했으나…」. 문민정부 출범 초기. YS의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90%를 오르내릴 때, 이런 글을 남긴 사학자가 있었다. 서울대 한영우교수(국사학). 그는 당시, 문민시대에 당연히 나서야 할 「문(文)」이 보이지 않는다며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대해서도 그 한계를 이렇게 지적했다. 「세종과 정조는 사람을 다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제도를 바꾸어 그 개혁의 실효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었다」. 지식산업사에서 펴낸 한교수의 역사에세이 「미래를 위한 역사의식」. 현실의 어둠과 혼돈을 뚫어보는 역사의 눈, 미래의 지평을 여는 역사의 힘이 느껴지는 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역사는 조상과의 대화라고 말하는 저자. 5천년 역사를 통해 왕조가 여러차례 바뀌고 뛰어난 영주(英主)들이 왕조중흥을 일으키면서 우리에게 물려준 정신적 유산은 한마디로, 법고창신(法古創新)과 동도서기(東道西器)의 가르침이었다고 단언한다. 「옛것을 본받아 새 것을 창조하자(법고창신)」 「우리 것을 바탕으로 세계와 만나자(동도서기)」. 저자는 이 평범한 언어 속에 조선왕조의 장수 비결이 숨쉬고 있다고 한다. 이는 또 스스로 학문의 결실이자 삶의 지표였다고 고백한다. 조선조에 대한 그의 애정과 자부는 각별하다. 「우리는 국치 이후 1백년간 조선왕조를 원망하고 비난하면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조선왕조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이다. 그것이 역사에 대한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21세기 신문명을 창조하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분명한 것은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깊은 샘이 마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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