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위성시대/동물추적시스템]소형 발신기로 위치 파악

  • 입력 1997년 11월 28일 07시 45분


지난달 9일 대서양에 접한 미국 북동부 메인주의 구즈 록 해변. 쌀쌀한 바닷바람이 부는 가운데 특별한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날은 새끼 바다표범 구즈가 6개월만에 자기가 태어난 바다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그동안 길러준 사람들에게 정(情)이라도 든 걸까, 구즈는 아쉬운듯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잠시 뜸을 들이던 구즈는 결국 물로 뛰어들어 먼바다로 헤엄쳐 갔다.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겠지. 하지만 「완전한 이별」은 아니었다. 정작 자신은 무엇인지 몰랐겠지만 구즈의 목에는 조그만 전파발신기가 달려 있었다. 사람들과의 인연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구즈는 지난 5월초 사람들이 자주 찾는 해변에서 발견됐다. 사람들이 접근할 것을 두려워한 엄마 바다표범이 갓 태어난 새끼를 둔 채 바다로 도망쳐 버렸던 것이다. 젖을 먹지 못하면 새끼 바다표범은 살아남지 못할 운명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양동물구조단은 즉시 가까운 뉴잉글랜드 수족관으로 그를 옮겼다. 발견된 해변의 이름을 따 구즈라고 부르기로 했다. 구즈는 그후 수족관에서 특수하게 제조된 젖을 먹으며 자랐다. 발견 당시 10㎏에 불과하던 몸무게는 6개월만에 3배로 불어나 주변 사람들을 기쁘게 했다. 하지만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영영 구즈를 수족관에서 키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구즈를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이 남았던 것. 과연 사람들 사이에서 자란 구즈가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할 것인가. 혹시 무리에서 따돌림이라도 당하는 게 아닐까. 연구진은 그에게 소형 전파발신기를 달아 당분간 관찰하기로 결정했다. 구즈를 바다로 보낸 후 연구진은 위성을 통해 매일 수신되는 구즈의 위치 신호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구즈가 바다로 돌아간 지 이제 한달반. 그동안 위성 데이터를 검토한 연구진은 만족했다. 구즈는 아주 잘 해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까운 곳만 맴돌다가 차츰 용기를 내 먼바다까지 나가고 있었다. 바다로 간 지 한달째인 11월초에는 보스턴 이남 해안까지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앞으로 약 2년 동안 구즈는 바다표범의 습성을 연구하는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구즈의 위치 추적에 쓰이는 시스템은 위성을 이용한 최첨단 방식.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위성의 특성 때문에 대상이 되는 동물이 지구상의 어느 곳에 있어도 한눈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륙에서 대륙으로 장거리를 여행하는 철새 등을 연구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고래나 바다표범 등 직접 따라다니며 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수중 생물도 좋은 연구 대상이 된다. 위성으로 전파를 보내는 발신기는 동물마다 서로 다른 종류가 사용된다. 조류의 목에 거는 발신기는 겨우 손가락만한 크기에 무게도 25g밖에 안될 정도로 작다. 구즈처럼 수중동물에 부착하는 것은 물속에서 견딜 수 있도록 방수 처리가 되어 있다. 구즈에 사용된 동물추적 시스템은 프랑스 툴루즈에 본사를 둔 아르고스가 제공하는 것. 이 회사는 위성을 이용해 각종 과학연구활동에 쓰이는 데이터를 모아 사용자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78년 설립된 프랑스 본사에 이어 미국 워싱턴 근교 라르고에 지사를 두고 있다. 북미대륙의 이용자들은 모두 미국지사에서 관리한다. 아르고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위성 데이터를 연구에 이용하려는 각국 정부와 과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회사가 지구 곳곳에 설치한 전파발신기는 모두 5천여개. 발신기가 설치되는 곳은 동물 외에도 △해수면에 떠있는 부표(浮標) △하늘에 떠있는 애드벌룬 △항해중인 선박 등 다양하다. 이들은 연구 목적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를 전송한다. 구즈의 추적에 사용되는 것처럼 대상의 위치 정보만을 보내는 것은 가장 단순한 형태다. 부표에 설치된 것은 수온의 변화나 해류의 흐름과 속도 등 훨씬 복잡한 데이터를 보낸다. 과학자들은 단지 자신이 원하는 곳에 발신기를 설치해 놓기만 하면 된다. 발신기에서 오는 신호가 약해도 상관없다. 저궤도위성(LEO)을 이용하는 데다 위성에 부착된 센서가 아주 민감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르고스 서비스에 이용되는 위성은 미국 해양대기국(NOAA)에서 운영하고 있는 극궤도환경위성(POES). 미국 랜햄에 자리잡은 노아위성센터에서 아르고스 관련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댄 클라크는 『발신기에서 나온 모든 데이터는 위성을 통해 수집된 후 즉시 미국의 알래스카와 버지니아주, 프랑스의 라니옹 등 3곳에 설치된 지상중계국으로 다시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이들 데이터는 아르고스사에서 고유 식별번호에 따라 컴퓨터로 분류된 다음 개인 사용자에게 다시 보내진다. 아르고스의 미국 자회사인 서비스 아르고스의 아치 쇼 회장은 『각자 자신의 연구에 맞는 데이터를 자신이 있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자동으로 받게 돼 있어 매우 편리하다』고 소개했다. 데이터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우편이나 팩스를 통해서거나 인터넷 전자우편으로 보내진다. 〈랜햄·라르고(미국)〓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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