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심 칼럼]또 지역감정?

  • 입력 1997년 11월 21일 19시 48분


마치 세 사람이 플라스틱 망치를 하나씩 손에 들고 두더지잡기 놀이에 사력을 다하는 양상이다. 어느 구멍에서어떤두더지가튀어나올지 예측하기도 어렵고 방금 정수리에 망치를 맞고 들어간 두더지가언제다시튀어오를지 알 수도 없다. 단지 신경 곤두세우고 있다가 두더지가 튀어나온다 싶으면 셋이서 각각 또는 셋중 둘씩 짝을 바꿔가며 네짝 내짝 가리지 않고 정신없이 내려친다. 둘러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조차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 나라 망치고 싶은가 그런 헷갈리는 대선판국에 튀어오르기만 하면 여지없이 두들겨맞는 고약한 두더지 한 마리가 또 튀어올랐다. 죽은 체 땅속으로 잠깐 몸을 숨겼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불거져 나오고야 말 것으로 예측했던 지역감정이라는 두더지다. 다른 두더지들은 상황에 따라 요모조모 현란한 가면이라도 뒤집어 쓰고 나오지만 지역감정이라는 두더지만은 매번 아예 발가벗은 맨몸으로 튀어나와 혐오감을 안긴다. 도대체 또 지역감정을 들먹여서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라를 망치자는 생각이 아니라면 지금 다시 지역감정을 들쑤실 이유가 없다. 그것도 한때는 36년 집권한 영남에서 이번만은 대통령후보를 내서는 안된다는 영남후보 불가론을 제창했던 바로 그 불사조 정치인이 영남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자기 당 후보의 필승을 다짐하면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다. 시류에 따라 소신 바꾸기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그 타칭 「정치 8단」의 정체를 헤아리기 어렵다. PK지역인 창원에 가서 「PK와 TK가 손을 잡고 나라를 살려내자」고 주창한 김윤환(金潤煥)씨는 바로 어제까지 집권 신한국당이었다가 YS를 축출하고 급히 간판을 바꿔 단 한나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이다. 그리고 『경상도가 가는 곳으로 우리나라가 갈 것』이라고 김씨에게 맞장구를 친 조순(趙淳)씨는 김대중(金大中)씨의 국민회의에 천시(天時)가 왔다고 했다가, 서울시장을 버리고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뛰다가, 이젠 후보도 포기하고 신한국당과 합쳐 2000년 3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한나라당의 신임 총재다. 「무한히 큰 하나의 나라」라는 뜻을 담았다는 이 한나라당 총재와 선거대책위원장이 그 「하나의 나라」를 조각조각 찢어발기는 망국적 지역감정을 또 부추기고 다닌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03마스코트」를 후려쳐 TK정서를 한바탕 자극하고 이제는 PK지역으로 내려가 「우리가 남이가」를 외쳐 표를 낚겠다는 발상이야말로 영남인의 자존심을 짓밟고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행태다. 한나라당이 왜 생겼는가. YS와 완전히 손을 끊고 YS의 색채를 당에서 남김없이 지워버리겠다고 해서 생긴 당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당연히 YS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YS가 망쳐놓은 나라를 새로 세워나가겠다는 정책으로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바른 자세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YS의 「치적」인 역사바로세우기와 금융실명제를 부정하고 엉뚱하게 30년 권위주의정권이 남긴 최악의 유산인 지역감정에 다시 불을 질렀다. ▼ 선동 정치인에 미래 없어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는 3김청산을 소리높여 부르짖고 있다. 파괴력있는 구호다. 그러나 그 구호가 보다 큰 호소력과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와 그의 당부터 그가 비난해마지 않는 3김정치를 앞장서서 청산해야 옳다. 어느 정당 어느 정파 가릴 것이 없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지역감정의 망령이나 되살려 표를 얻으려 한다면 오늘의 국가적 과제인 국민통합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성적인 국민은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정치인에게 미래가 없음을 추상같이 선고할 것이다. 김종심(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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