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먹기 겁나는 수입식품

  • 입력 1997년 10월 10일 20시 27분


수입 쇠고기 O―157파동에 이어 이번엔 수입과일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부 국립식품검역소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오렌지 자몽 멜론 등 9종의 과일을 긴급 수입금지 시켰다.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지중해 과실파리가 발견되었다는 주한 미국 검역관의 통보에 따라 이 파리의 국내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중해 과실파리는 과일농사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이 파리는 과일 껍질을 뚫고 과육(果肉)속에 알을 낳기 때문에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과일농사를 망치고 만다. 미국은 이 파리를 없애느라 94년부터 2년간 대대적인 방제작업을 벌인 바 있지만 박멸발표 1년만에 다시 출현한 셈이니 이 지역산 과일의 수입금지는 당연하다. 우리는 이미 농축산물 수입대국이다. 지난해 농축산물 수입액은 1백억달러를 넘었다. 농산물 수입개방조치에 따라 그 증가율도 해마다 10%를 웃돌 뿐아니라 수입지역도 전세계로 넓어졌다. 네브래스카산 쇠고기에서 보듯이 그만큼 이들 수입식품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자연 생태계 오염을 막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된 셈이다. 농축산물의 안전성 보장책임은 일차적으로 수출국에 있다. 한번 오염사고가 나면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회복될 때까지 수출에 타격을 입게 마련이다. 그러나 식품안전에 철저하다는 미국에서조차 육류 세균검사가 엉터리라는 사실이 미국 신문에 의해 폭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입과정에서의 철저한 검역이 필요해지는 이유다. 수입식품의 위험은 세균이나 해충에 한정되지 않는다. 잔류농약이나 방부제 또는 중금속오염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의 수입식품 검역체계는 아직도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대로는 수입식품 먹기가 겁난다. 국내 검역체계의 확충은 물론 수입국의 권한을 살려 수출국 현지에서의 공동검역 등 공조체제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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