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개교 1백주년 숭실대학교

  • 입력 1997년 10월 9일 20시 49분


▼「은둔의 나라」 한국에 서구식 교육기관이 설립된 것은 19세기 말 서양 선교사들이 찾아들면서부터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1백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성균관대학교는 조선시대 성균관이 설립된 1398년(태조 7년)부터 기원을 따져 개교 5백99주년으로 잡는다. 서구식 대학교육기관으로는 연세대 이화여대 숭실대, 고교로는 배재 오산 경신 등이 개교 1백년을 넘겼다. ▼1897년 평양 신양리에서 문을 연 숭실대가 10일로 개교 1백주년을 맞았다. 숭실의 역사는 한국 근세사와 함께 아픔으로 얼룩져 있다. 미션스쿨 숭실은 신사참배를 반대하다 38년 3월 문을 닫았다. 동아일보는 숭실학당의 폐교에 즈음 「신문화의 온상, 대숭실의 황금시대」라는 시리즈를 여러날에 걸쳐 연재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로부터 16년 후인 1954년 서울에 재건된 이 학교는 평양교정을 회복하는 통일의 날을 고대하고 있다. ▼3만여 졸업생중에는 애국지사 조만식 장일환 배민수 김창준 등이 있다. 「애국가」의 안익태, 「희망의 나라」의 현제명, 「가고파」의 김동진 등 근대음악의 장을 연 쟁쟁한 작곡가들도 숭실 출신이다. 문학계에서는 향가연구를 개척한 양주동,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 「소나기」의 황순원 등이 숭실 졸업생이다. ▼한 세기를 마감한 숭실은 다음 세기의 목표를 사이버 대학으로 정했다. 숭실대는 작년 교육부와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실시한 정보화 평가에서 종합대학 1위를 차지했다. 화상회의시스템을 이용한 수업, 컴퓨터 통신망을 통한 강의 시험 도서대출 등을 추진중이다. 국내 유일의 중소기업대학원을 비롯, 노사관계 통일정책 정보과학대학원 등을 세워 실용학문에도 앞장서고 있다. 새로운 세기를 맞아 「대숭실의 황금시대」를 재현하려는 노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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