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아버지-「원시인」아들 그린 「우주선과 카누」

입력 1997-09-23 07:54수정 2009-09-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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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父子)사이란 묘하다.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에서부터 「용의 눈물」에 이르기까지 숱한 작품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그려냈다. 이 책도 바로 그런 부자관계를 그렸다. 「우주선과 카누」(창작과 비평사). 픽션 아닌 실화이다. 어릴 적부터 신동(神童)소리를 들어가며 물리학계의 권위자가 된 아버지와 마리화나를 손에 대다 미개척지로 떠나 숲 속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아들의 이야기. 아버지 프리먼 다이슨은 과학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다. 미국이 50년대에 추진한 핵추진 유인 우주선 개발 계획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63년 대기 및 우주에서의 핵폭발이 국제협약으로 금지되면서 연구팀은 해체되고 만다. 그렇지만 그의 열망은 오히려 더욱 뜨거워진다. 지름 20㎞, 무게 4천만t, 수용인원 2만명의 엄청난 우주선을 타고 광활한 우주 공간속의 섬같은 소행성에 이주할 계획을 키워 나간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같은 순수한 눈으로 거창한 질문을 사랑하는 삶이다. 아들 조지는 학비를 손에 쥐자 중고 요트를 사러 간다. 타고 싶은 배와 거처를 한꺼번에 장만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나가 책 읽기를 즐긴다. 태평양 연안의 캐나다 미개척지에 들어간 그는 인디언들이 탔던 카누를 손수 만들게 된다. 바다안개로 덮인 숲을 28m 높이의 나무 집에서 바라보며 자유를 즐기는 청년이다. 지각변동으로 생겨난 1천4백40㎞의 북미대륙의 태평양 연안 습곡이 그의 집이다. 카누를 저으며 해협으로 나서는 그는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거친 바다를 누볐던 옛날 사람에게 경외심을 느낀다. 스스로 소인(小人)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느낀다. 재회를 위해 찾아온 아버지에게 그는 손수 만든 15m 길이의 카누를 선보이고 숲 속에서 함께 며칠을 보낸다. 미지의 우주 공간에 새로운 생존의 터를 마련함으로써 인류의 어두운 미래를 타개하려는 아버지와 자연에 적응하는 원주민들의 지혜를 사랑하고 거기 살고 싶어하는 아들. 부자는 서로의 길은 달랐지만 열정과 의지와 집념은 너무도 같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저자 케네스 브라워는 미국의 저명한 산림보호주의자의 아들로 조지와 함께 카누 여행을 하며 여간해선 접할 수 없는 미국 원주민에 대한 인류학적 지식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조헌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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