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정복에 써달라』…美의사 50명,생체실험 자원

입력 1997-09-22 20:05수정 2009-09-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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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8년 의사 제너가 당시 천형(天刑)이었던 천연두에 대항, 백신인 종두법을 개발해 자신과 가족을 실험대상으로 삼은 끝에 인류를 구원한 지 2백여년. 21일 「제2의 제너들」이 금세기 인류 최대의 적인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상대로 고결한 투쟁을 선언했다. 이른바 「50인의 십자군」이 그들이다. 미국 시카고에 본부를 둔 국제에이즈치료의사협회(IAPAC)는 21일 인류의 질병 정복사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될 「숭고한 결정」을 공표했다. 바로 에이즈 백신 개발을 위한 인간생체 실험계획. IAPAC는 고든 나리 사무총장(63)을 비롯, 협회회원인 50명의 의사 및 공중보건 관계자가 에이즈 백신 생체실험을 위해 자원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중 39명은 촉망받는 에이즈 치료전문 의사들이다. 이들 「50인의 십자군」의 계획은 종전의 실험과는 달리 살아있는 에이즈 바이러스로 만든 실험용 백신을 몸에 주사하는 것으로 사실상 생명을 거는 것이다. 의학계는 지금까지 죽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원숭이 등 동물들을 대상으로 실험해왔기 때문에 진전이 없었다. 에이즈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실험은 유례가 없으며 특히 에이즈 바이러스는 사람의 유전자 속으로 침투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실험대상자들은 치명적 피해를 볼 수도 있다.이들의 용기에 대해 세계의학계는 『의학이 답보상태에 있을 때 이를 돌파했던 것은 의술이 아닌 바로 의사의 용기였다』면서 『이같은 히포크라테스 정신이야말로 에이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자료에 따르면 세계 에이즈환자는 미보고자를 포함, 약7백70만명이며 감염자는 약2천8백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81년 에이즈가 의학계에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사망자는 5백80여만명. 우리나라 에이즈감염자는 5백96명(보건복지부집계)이나 실제 감염자수는 2천여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사망자는 1백명이나 된다. 〈윤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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