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하계동 현대우성APT 「현우문화사랑회」

  • 입력 1997년 9월 9일 07시 57분


『마을 도서관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건전한 활동의 장으로 청소년비행과 주부우울증을 막고 이웃과 아주 자연스레 벽을 틀 수 있는 좋은 공간입니다』 서울 하계2동 현대우성아파트 관리사무소 2층에 지난해 7월 문을 연 「현우 도서관」. 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현우문화사랑회」의 초대 회장 김자현씨(44·수필가)는 현우도서관의 좋은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현우문화사랑회」의 회원인 주부 20명이 돌아가며 도서관 당번을 맡고 운영비는 아파트 단지 내 체력단련장 수익금과 권당 2백원씩 받는 책 대여료로 충당한다. 『일본에서는 마을에 도서관이 없으면 주부들이 방 하나를 도서실로 꾸며 동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요. 우리나라 동네서점이나 도서대여점에는 아이들이 마음의 양식을 쌓을 만한 책보다는 흥미 위주의 책들만 가득해 안타깝지요』 일본에서 6년간 살다 돌아와 4월부터 문화사랑회장을 맡고 있는 주부 최종원씨(37)는 매일 오전 도서관을 지키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들르는 주부들을 반긴다. 현우 도서관은 그동안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의 종이접기강좌 글쓰기대회 카드만들기대회와 주부들을 위한 영어회화 강좌를 열었다. 인기였다. 중학생들이 「청소년 문화사랑회」를 만들어 독서토론이나 클래식 음악감상을 하며 도서분류와 청소 등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도서관이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김 전회장을 비롯한 주부들의 힘이 컸다. 대다수 주민들은 도서관을 만드는 데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체력단련장 수익금 2천만원으로 도서관을 만들기로 결정이 났다. 문화사랑회 주부들은 직접 구청 새마을문고와 시립도서관 등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대형서점의 도서목록과 문인들의 추천목록을 참고해 꼼꼼히 양서를 선정, 구입했다. 네댓 명의 주부들이 7천여권의 책을 일일이 십진분류해 컴퓨터바코드와 대여카드를 만들어 붙이는 데 걸린 시간이 꼬박 두 달. 모두들 처음 해보는 일이라 힘들었고 일부는 앓아눕기도 했다. 동대표 회의실로 쓰이던 공간에 책장을 빙 두른 뒤 책을 어린이 청소년 성인용으로 나눠 채우고 열람용 탁자와 의자를 갖춰 놓았다. 도서관이 문을 열자 아파트 1천3백여 가구 중 5백여 가구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주민들이 기증한 책만도 1천5백여권에 이를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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