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일銀 증자참여]「기아 핸들」 정부손에

입력 1997-09-04 20:07수정 2009-09-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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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제일은행 증자참여로 기아그룹의 운명은 정부의 절대 영향권 속으로 들어갔다. 물론 그동안 기아처리 문제에 정부가 보이지 않게 개입해 왔지만 이제는 형식상으로도 기아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대주주가 됨으로써 정식 발언권을 갖게 됐다. 당초 재정경제원은 무의결권 우선주로 제일은행 증자에 참여, 은행경영에는 간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재경원은 배당의 어려움을 들어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증자로 바꿨다. 윤증현(尹增鉉)재경원 금융정책실장은 『제일은행이 시중은행으로 경영 및 영업활동을 하는데 일절 간섭하지 않겠지만 대주주로서의 책임은 지게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대주주로서 정부는 우선 제일은행 경영정상화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영정상화의 선결과제는 기아사태의 해결에 있기 때문에 기아처리 문제에서 정부가 발을 빼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까지 재경원은 대외적으로 「기아사태는 채권단이 전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제일은행 증자참여로 정부가 기아처리 문제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기아그룹에 대한 압박용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은행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상징적 의지를 보이기 위해 무의결권 우선주를 발행해야 했다』며 『정부가 의결권있는 보통주 증자를 결정한 것은 기아그룹 처리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선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원은 제일은행 경영참여가 11월중에 이뤄지고 기아그룹 처리는 부도유예협약이 끝나는 이달말에 결정되므로 정부가 기아처리에 간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 관계자는 『기아자동차는 유예협약이 끝나도 은행관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며 결국 새정권 출범전까지 제일은행의 관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11월부터 정부가 기아자동차 경영에 직접 참여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아자동차는 다음달부터 내년 2월까지 5개월간 제일은행, 즉 정부 감독하에 경영진 물갈이와 감원 등이 이뤄진 뒤 다음 정권에서 제삼자에게 인수될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전망이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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