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한국의 언어」

  • 입력 1997년 7월 15일 08시 14분


남한 4천4백만명과 북한 2천3백만명을 합하면 6천7백만명(94년말 기준). 모국어 사용 인구규모로 따지면 우리말은 이탈리아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세계 13∼15위에 해당한다. 미국 1백60만명, 일본 70만명, 중국 1백90만명, 구소련 50여만명의 교포도 한글의 든든한 응원군. 바야흐로 「국제어」의 외양을 갖춘 한국어. 과연 세계무대에서 올바로 쓰이고 있는가. 공동저자인 이익섭국립국어연구원장과 이상억 서울대 채완 동덕여대교수는 소박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우리말 이론탐험에 나선다. 한글의 오묘한 조어(造語)원리와 문법, 실제 쓰임새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책. 총론 문자 음운 단어와 품사 문장구조 경어법 역사 방언. 어학에 자신이 없는 독자라면 8개장의 목차만으로도 주눅들기 십상이다. 그러나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친절하게」 서술, 국어공부하는 색다른 즐거움으로 잡아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안다고 자부하는 한국어에 언어 이론의 옷을 입힌 국어학 개론서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모아쓰기. 우리말은 교착어이기 때문에 조사와 어미가 수없이 덧붙는 특성을 갖고 있다. 「바쁘다/바쁘니/바쁜데/바쁘고/바쁘지/바쁠까/바쁜가…」.활용형이 너무 많아 같은 어원에서 쪼개져 나온 말인지, 별개의 단어인지 분간하기도 쉽지 않다. 모아쓰기와 분철의 원리는 이같은 번잡스러움을 말끔히 정리한다는 설명. 「늙는다」와 「ㄴㅡㄹㄱㄴㅡㄴㄷㅏ」중에서 어느 쪽이 더 읽기에 편하느냐고 오히려 되묻는다. 이익섭 등 지음(신구문화사·15,000원) 〈박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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