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文人들이 즐겨찾는 소문난 냉면집들

  • 입력 1997년 6월 14일 07시 44분


벌써 냉면의 계절. 얼음이 동동 뜬 육수에서 건져먹는 냉면가락의 맛이 차지고 시원하다. 조선시대 연중행사 및 풍속을 설명한 「동국세시기」는 냉면을 겨울음식으로 꼽으며 「관서지방(평안도) 것이 최고」라고 기록하고 있다. 요즘에는 중남부지방에서도 평양냉면이라 불리는 평안도식 냉면과 함흥냉면, 회냉면이라 불리는 함경도식 냉면을 많이 먹는다. 이북 출신들이 곳곳에 냉면집을 내 전국적인 음식이 된 것. 냉면을 좋아하는 문인으로는 소설가 이호철씨와 최인호씨가 꼽힌다. 아버지 고향이 평양으로 자신도 태어나서 얼마간 그곳에서 살았던 최인호씨는 하루 세끼에 한끼는 냉면을 찾을 정도로 냉면광이다.최씨는 『면은 알맞게 삶아져야 하고 육수는 간이 딱 맞아야 하기 때문에 냉면이 가장 만들기 힘든 음식』이라고 말한다. 그가 주로 찾는 냉면집은 우래옥(서울 주교동)과 아름소(서울 삼성동). 우래옥은 그의 수십년 단골. 그는 우래옥의 냉면에서 「어릴적 겨울밤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던 동냉면」의 맛을 느낀다고 말한다. 냉면에 참기름을 넣어주시던 어머니 손길과 이가 시리도록 차갑던 냉면발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는 것. 그는 아름소에서 고기를 먹고난 뒤에는 반드시 냉면을 먹는다. 집(논현동)에서 가깝기 때문에 자주 찾는데 이 집의 냉면은 면발이 쫄깃쫄깃하고 육수의 뒷맛이 깔끔하다고. 그는 『냉면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절대로 가위로 면발을 자르지 않는다』며 『금속이 면에 닿으면 맛이 변해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고향이 함경도 원산인 이호철씨도 냉면을 먹을 때 가위를 쓰지 않는다. 어려서 냉면 먹는 법을 배워서일까. 『어릴 때 냉면을 좋아해 「냉면쟁이」라고 불렸지요. 고향에는 집집마다 국수를 뽑는 기계가 있어 직접 냉면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겨울밤 온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냉면이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어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냉면집에도 자주 갔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매큼한 함흥냉면을 더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입에 꼭 맞는 집이 없어서인지 주로 가는 곳은 평양냉면집인 만포면옥(서울 구파발동)과 강서면옥(서울 서소문동). 두곳 모두 30년 이상 단골이다. 그는 집(불광동)에서 가까워 자주 찾는다는 만포면옥의 냉면이 『육수가 담백하고 간이 잘 맞는다』고 평했다. 시내에 볼 일이 있을 때 들른다는 강서면옥의 냉면은 한마디로 『맛있다』는 것. 소설가 홍성유씨는 식도락가로 빼놓을 수 없는 문인. 맛있는 음식점이라면 전국 어디나 찾아다닌 그는 냉면집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다. 「프로」 홍씨가 펴낸 「한국 맛있는 집」(문학수첩)에 나온 냉면집과 「아마추어」인 최인호 이호철씨가 꼽은 냉면집을 소개한다. 냉면값은 한그릇에 서울은 4천∼6천원, 지방은 3천5백∼5천원이다. 〈김진경기자〉 ▼ 「소문난 냉면집」 맛 비결 ▼ 냉면은 냉면집마다 맛이 다르다. 나름대로 맛을 내는 비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냉면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육수. 소의 사골을 고아 우려낸 육수가 제일이지만 값이 비싸 사골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우래옥의 경우 한우의 사태와 우둔살을 3,4시간 삶아 만들고 만포면옥은 양지머리와 설도를 2시간 정도 푹 삶아 만든다. 강서면옥도 양지머리를 3시간반 동안 끓여 만든다. 육수 위에 뜨는 기름은 나무주걱으로 건져내는데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냉면집에 따라 무를 넣어 끓이거나 감미료를 섞는다. 그러나 우래옥은 아무 것도 섞지 않고 누린내까지 포함한 순수한 고기국물맛이 나도록 한다고 설명한다. 아름소는 육수에 사과 배 양파 대파를 넣고 2시간 동안 더 끓여 독특한 맛을 낸다고. 만포면옥은 육수에 동치미국물을 섞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특징. 면은 대형냉면집에서는 직접 주방에서 뽑고 있다. 메밀가루와 녹말가루를 섞어두었다가 손님의 주문이 있을 때마다 뜨거운 물로 반죽해 즉시 뽑아낸다. 메밀가루와 녹말가루를 섞는 비율은 계절마다 냉면집마다 다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