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김진희씨,두아들 키우며 유아용품 발명

  • 입력 1997년 6월 10일 10시 13분


전업주부 김진희씨(36·서울 응암동)는 쇼핑을 다녀오는 날이면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유모차, 자동차 유아용 시트 등 유아용품이나 생활용품을 유심히 보고온 뒤면 『좀더 편리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하고 궁리하느라 쉽게 잠을 못 이룬다. 김씨는 자칭 「초보 발명가」다. 한국여성발명가협회 회원인 그는 『중소기업을 차리기까지 한 다른 회원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아마추어 발명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1백여명의 회원중 발명을 직업으로 하는 이가 반 가까이 된다는 것. 그러나 이웃 사람들은 김씨를 훌륭한 발명가로 여기고 있다. 김씨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두 가지의 유아용품을 발명했다. 지난 92년 첫째 아들 병호(6)가 갓난애였을 때 「어부바 아기띠」를 발명했다. 아기를 업으려고 포대기를 사용하니 자꾸 흘러내렸고 아기의 엉덩이를 받쳐서 업으면 두 손이 자유롭지 않아 불편했다. 시중에서 파는 아기띠도 흘러내리기는 마찬가지. 계단을 오를 때는 시야도 가렸다. 혼자서 매기도 힘들었다. 궁리 끝에 끈의 위치와 각도를 조금씩 바꾸니 혼자서 쉽게 착용할 수 있고 처지지도 않는 아기띠가 탄생했다. 내친 김에 서점에서 발명관련 안내서를 구입해 읽고 변리사의 도움을 얻어 실용신안 특허 등록을 했다. 그때까지는 일사천리였으나 제품을 상품화해 파는 것은 쉽지 않았다. 95년 유아용품 전문업체인 S상사와 계약을 하고 시제품까지 만들었으나 혼자서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그때 만든 50개를 이웃에 나눠줬다. 이웃으로부터는 지금도 편리한 것을 줘서 아기를 잘 키웠다는 인사말을 듣는다. 그는 아기를 안거나 업으면 아기의 바지가 밀려 올라가는 점 때문에 속상해 하다가 바지단을 고정시켜주는 「멜빵」을 만들어 의장등록을 냈다. 다른 아이디어 유아용품도 개발중이나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엔 한국여성발명가협회에 가입, 매달 10일경 한국종합전시장(KOEX) 3층 사무실에서 다른 회원들과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해오고 있다. 그는 『발명은 큰 노력이 필요한 것만은 아니며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불편한 점을 고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반은 시작했다는 것. 그는 『발명가와 일반인의 차이는 불편하게 느끼는 점을 고치려고 직접 나서느냐 않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이성주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