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광산업 발상 전환 시급

  • 입력 1997년 4월 5일 20시 21분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큰 걱정이 엄청난 규모의 국제수지적자(赤字)와 외채의 급격한 확대다. 작년말 현재 외채는 1천45억달러, 올 연말에는 1천4백억달러를 넘어서리라는 분석이다. 당분간은 국제수지적자가 개선될 조짐도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외채망국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푼의 외화라도 아껴써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도 국제수지적자의 새로운 주범이 된 여행수지적자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지난 90년까지만 해도 3억9천만달러의 흑자였던 여행수지는 지난해 무려 2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경상수지적자 2백37억달러의 11%에 이른다. 올들어서도 지난 2월말까지 여행수지적자는 6억1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5%가 급증했다. 여행수지적자폭 확대는 소득수준향상으로 해외여행이 크게 늘어난데다 초중고교생으로까지 번진 조기유학과 연수열기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여행객들의 씀씀이마저 헤프다. 이에 반해 외국인 관광객은 볼 것도 없고 놀 곳도 없는데다 호텔료 음식값 등 각종 서비스요금은 턱없이 비싸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해외유학과 연수 역시 우리나라 교육의 질이나 제도상의 문제점 등과 무관하지 않다. 여행수지적자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국제화 개방화의 자연스런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 과거처럼 정부가 해외여행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없고 유학과 연수를 제한하기도 어렵다. 외국여행을 막기보다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고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선진국 못지않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정부가 관광관련산업에 대한 기존의 정책틀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키로 하고 외국대학의 국내분교 설립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키로 한 것은 바른 정책선택이다. 그러나 관광휴양시설을 늘리며 호텔을 더 짓고 관광상품 몇가지를 개발한다고 해서 외국인이 몰려들지는 않을 것이다. 먹을거리 볼거리 놀거리가 많고 다양해야 한다. 실제로 여행산업은 호텔 식당 운수산업과 이벤트공연 같은 문화산업, 스키 골프 요트 등 스포츠 레저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관광산업은 외화벌이 차원만이 아닌 국민의 삶의 질과도 직결돼 있다. 그러나 이의 육성은 관광진흥법과 관계법령을 개정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며 세제 금융상의 혜택을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국내관광산업의 실태와 문제점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파악한 뒤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보완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유학과 연수에 따른 적자폭 개선도 외국대학 유치보다 국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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