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서울 한밤「악취」소동과 국민건강

  • 입력 1997년 3월 21일 20시 10분


▼그저께 저녁 서울 하늘은 맑았다. 기온은 섭씨 9도. 초속 5m정도의 바람까지 불어 전형적인 초봄의 상쾌한 날씨였다. 그러나 저녁 7시경부터 메스꺼운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고무 타는 냄새나 독한 소독약같은 냄새였다. 가끔은 생선 태우는 냄새도 섞인 것 같아 종잡을 수 없었다. 가스가 새거나 누전이 된 것 같아 여러차례 집안을 둘러본 사람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공해와 매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해마다 이때쯤 자주 발생하는 서울의 스모그현상은 로스앤젤레스나 런던 등 이름난 도시에 뒤지지 않는다. 스모그현상은 바람이 없어 대기중의 오염물질이 정체될 때 생긴다. 그러나 이날 저녁 서울에는 약한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바람이 꽤 있었다. 스모그가 생길 이유가 없었다. 상쾌한 초저녁 서울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든 「범인」은 바로 인천에서 난 화재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날 낮 인천의 해냄이라는 한 회사 폐기물재생처리장에서 불이 나 보관중이던 폐합성수지 폐비닐 등 폐기물 1백40t이 약 4시간동안 탔다. 그 악취는 마침 불어오던 북서풍을 타고 서울로 날아왔다. 바람이 초속 5m정도였으니 몇시간을 여행해 온 셈이다. 그러나 이날 밤 늦게까지도 그 원인을 시원하게 밝혀주는 기관은 없었다. 시민들의 전화가 북새통을 이루었는데도 자기들의 관할사항은 아닌 것 같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뺌이 고작이었다 ▼악취는 심하면 구토 알레르기 식욕감퇴 등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에서는 악취를 특수오염물질로 분류하고 심한 경우에는 유해가스로 단정한다. 실제로 그저께도 구역질과 두통에 시달린 사람이 있었다는 보도다. 그 악취가 인구 1천2백만명의 수도 서울을 뒤덮었는데도 원인을 밝히려 적극 나서는 기관이 없었다면 그것은 뒤죽박죽 사회의 표본이다. 아무리 시국이 어수선하다 해도 국민건강만은 소홀히 할 문제가 아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