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교실/스트레스 극복]과민성 대장증상

입력 1997-03-05 08:02수정 2009-09-27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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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프고 화장실에 자주 가고 변을 보아도 시원치않고 대변이 풀어져서 나오고 배에 가스가 찬 것같이 더부룩하고 쉽게 피로하고…」. 진료실에 들어서자 마자 빼곡하게 적은 메모를 읽어주는 40대 초반의 남자 환자를 만난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대장과 관련된 증상이 많았지만 대변에 피가 나오지 않았고 몸무게도 정상이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봤지만 짐작대로 정상이었다. 환자의 병은 신경성이었다. 검사결과를 알려주고 환자를 안심시킨 후 혹시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은지 물어보았다. 그는 정부부서의 비서실에 근무하는 공무원이었는데 모시는 상관이 매사에 엄격한 분이어서 아랫사람으로서 매우 피곤하다고 했다. 출근 때부터 퇴근 때까지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하루종일 팽팽한 활시위처럼 산다는 것이었다. 일이 잘못되어 책망이라도 받는 날이면 밥맛도 없어진다고 했다. 우선 환자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장기능을 돕는 약과 불안증을 해소하는 약을 처방했다. 치료를 받은 후 차츰 좋아져 6개월이 지나 비서실에서 다른 부서로 옮겨갈 때는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이 환자처럼 스트레스가 대장을 자극해서 생기는 병을 과민성 대장증상이라고 한다. 대장에 아무 병이 없는데도 배가 아프고 변비까지 생긴다. 이런 경우 환자는 『병이 없다』고 말하는 의사를 불신하고 확실한 진단을 위해 이 병원 저 병원 떠돌아다니며 이른바 「닥터쇼핑」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40, 50대 중장년층에서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중고생 초등학생 환자도 나타나고 있다. 치료는 먼저 대장검사를 정확하게 하고 검사 결과 아무 병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병원에 올 정도의 환자라면 「내가 죽을 병에 걸리지 않았나」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이기 때문에 병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료효과를 본다. 다음은 섬유소가 많은 채소 과일 잡곡밥을 먹게 하는 것이다. 약으로는 대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는 항경련제를 쓴다. 대개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함께 나타나므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도 사용한다.과민성 대장증상이 있는 환자중에는 맥주나 찬 음식을 먹으면 심한 설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직장이나 스트레스가 없는 곳은 없다. 스트레스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여가 시간을 이용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화끈하게 풀어버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02―270―0599 서홍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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