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여자의 사랑(40)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독립군 김운하 〈11〉 그러나 독립군은 그런 향토 학생 기숙사라도 있었으니까 자기 같은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와 공부를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했다. 만약 자신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서울에 군대 내무반 같은 기숙사라도 있었기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서울로 올라올 수도 없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오토바이는 왜 타고 다니는 거죠?』 『편하니까요. 빠르기도 하고』 『일학년 때부터 타고 다녔나요?』 『서울 올라와 한 달만에 제일 먼저 장만한 게 그겁니다. 가만히 계산하니까 두번 버스 갈아타는 것보다는 그게 돈도 적게 들고요』 『그래도 고장나면 더 드는 것 아닌가요?』 『그건 그것대로 해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잔 고장은 자기가 직접 고치고 부품을 갈아야 할 정도의 고장이면 시골 친구가 일하고 있는 정비 공장으로 보낸다고 했다. 『거기 가면 돈 안 들이고도 아직 쓸만한 그런 부품 얼마든지 있으니까』 『달리해 독립군이 아니군요』 『그러니 하루 세 끼 밥만 먹고 숨만 쉬고 사는 거죠』 『그럼 군에 가 있을 땐 오토바이를 어떻게 했나요? 거기까지 가져가지는 않았을 테고요』 『그땐 동생이 타고 다녔습니다. 학비 부담도 그렇지만 기숙사도 군민들에게 고르게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한 집 두 아들을 다 받아주지 않으니까 그 자식이 대학에 입학하는 것에 맞추어 내가 군에 가고, 또 내가 복학하는 것에 맞추어 그 자식이 입대하고. 그래서 나는 이학년 마치고 군에 간 거고, 그 자식은 삼학년을 마치고 군에 간 겁니다』 그녀는 정말 시골에서 올라와 차례로 전쟁을 치르듯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독립군 형제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그렇지만 독립군은 청파의숙에 가면 자기 형제들 정도 가지고는 독립군 전사(戰史)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거라고 했다. 『재미 없죠? 이런 얘기』 『아뇨. 재미있어요』 『원래 그런 법입니다. 남의 불행과 남의 불편은 늘』 『아뇨.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독립군 얘기가요. 그런데 저 또 뭘 하나 물어봐도 돼요?』 『얼마든지요』 『독립군 아저씨도 연애해봤나요?』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렇게 물었다. <글: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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