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교실/분만]촉진제는 불가피한 경우만 써야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분만이란 열달 동안 엄마 뱃속에서 자란 새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성스러운 과정이다. 산모는 갓 태어난 아기를 보는 순간 불과 몇분전의 극심한 고통도 잊어버리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요즘 제왕절개수술이 20∼30%까지 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여성이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는다. 자연분만이 어려울 때는 인위적으로 진통을 유발하는 유도분만을 시도한다. 그것마저 불가능한 경우에만 의사들은 제왕절개수술을 권한다. 분만시간이 비정상적으로 오래 가는 것을 진통장애(난산)라 한다. 10분에 한번 이상 규칙적인 진통이 오는 때부터 시작해 초산의 경우 14시간, 두번째 아기는 8시간이 경과하면 난산으로 본다. 자궁입구가 잘 열리지 않거나 태아의 머리부분이 잘 빠져나오지 않을 때는 진통촉진제를 사용해 유도분만을 한다. 진통촉진제는 △산모에게 규칙적인 진통이 있는가 △산모의 자궁이 정상인보다 작은 골반협착이 아닌가 잘 살펴보고 사용해야 한다. 약을 투입하면서 자궁수축상태와 태아의 심장박동수를 계속 지켜보고 문제가 있으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양수가 터진 후 오랫동안 진통이 없거나 분만예정일을 2주 이상 넘긴 경우에도 유도분만을 시도한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진통촉진제가 「만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궁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진통촉진제를 남용하면 분만도 잘 되지 않을 뿐더러 산모와 아기가 잘못될 위험이 있고 불필요한 제왕절개수술을 하게 된다. 자연분만이 어렵거나 산모와 태아에게 심각한 손상을 줄 위험이 있을 때는 제왕절개수술로 아기를 분만한다. 이 수술은 △태아가 거꾸로 서있거나 발육에 이상이 있는 경우 △골반협착으로 정상분만이 어려운 경우 △이전에 제왕절개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자연분만을 할 경우 자궁의 꿰맨 자국이 터질 우려가 있는 경우 △분만중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떨어져 가사(假死)상태에 빠진 경우에 시행한다. 자연분만은 출산과정에서 여성이 심리적인 두려움과 수치심을 느낄 수 있고 체력이 심하게 소모되고 통증을 겪는다. 그렇지만 분만후에는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도 거의 없다. 반면 제왕절개수술은 진통이 없고 빨리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개복수술로 인해 입원기간이 길고 회복이 느리며 복부에 수술흔적이 남는다.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연분만을 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산고가 두려워서 제왕절개수술을 원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잠깐의 고통보다 평생 남는 흉터와 후유증을 더 걱정하라』고 충고해주고 싶다. 02―709―9322 이권해<순천향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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