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수로의정서 서명 이후

동아일보 입력 1997-01-09 20:49수정 2009-09-2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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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대북(對北)경수로 공급을 위한 부지인수 및 서비스제공에 관한 의정서에 서명, 북한의 동해안 잠수함침투사건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이 사업이 다시 시작됐다. 앞으로 KEDO와 한전(韓電)간의 계약체결, KEDO와 북한간 부지착공실무협상, KEDO집행이사국간의 경수로비용분담협상 등이 남아 있지만 빠르면 올봄쯤 공사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北―美(북―미)간 제네바핵합의의 핵심인 대북경수로건설사업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정착에 큰 영향을 미치고 남북한 관계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는 북한이 간첩침투사건과 같은 또다른 적대행위를 저질러 사업진척에 방해되는 분위기가 생겨서는 안되겠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KEDO의 협상대표가 미국인이지만 경수로건설에 드는 약 50억달러의 대부분을 한국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테이블 밑에서는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테이블 위로 돈을 건네주기는 어렵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거부하며 계속 대남(對南)적대와 고립화정책을 취한다면 수십억달러의 돈을 주어야 하는 한국 국민의 정서는 어떻겠는가. 본란이 여러차례 지적했지만 북한은 하루빨리 한국과의 직접대화에 나서야 한다. 경수로 건설에 필수적인 남북화해분위기 조성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측에 있다. 지금으로서는 북한의 적대정책 때문에 곧 방북(訪北)할 우리 기술자들의 신변안전이 특히 염려된다. 상식적으로 보면 기술진의 방북을 북한이 문서로 보장한 만큼 그들의 신변에 위험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간첩침투사건 이후 한국에 대해 천배 백배 보복하겠다고 한 다음에 사과를 한 북한은 지금도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노골적인 대남 적의(敵意)를 드러내고 있다. 이 마당에 어떻게 우리 기술진의 신변안전에 대한 북한의 약속을 믿을 수 있겠는가. 마침 방한(訪韓)중인 로버트 갈루치 전(前)미국 핵대사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기술자들의 안전보장을 위한 구체적 조건들이 경수로 사업 시작 전에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진의 안전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 역시 1차적으로 북한측에 있지만 국제적인 감시장치도 필요하다. 그들의 안전에 이상(異常)이 있다면 즉각 국제적인 조치가 가동될 수 있도록 정부는 외교적 대비를 해놓아야 한다. 우리 기술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북한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경수로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대남 화해정책의지를 밝히고 우리 기술진의 신변안전을 행동으로 보장해야만 경수로 사업은 원만히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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