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에로劇은 아름답게 벗긴다』…연극協「저질」추방운동

  • 입력 1997년 1월 7일 20시 07분


「金順德기자」 『저질 「벗기기 연극」에는 벗는 장면이 없다』 지난해 12월말 한국연극협회(이사장 정진수) 산하에 발족한 대학로 저질연극추방실천위원회의 지적이다. 서울 동숭동의 저질 외설연극을 몰아내기 위해 나선 이 위원회가 7일부터 대학로 세곳에 전단 배포장소를 설치하고 20여명의 훈련된 홍보요원을 동원, 관객을 유혹하는 「삐끼」들에 대해 「맨투맨 봉쇄작전」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제대로 만든」 정통 에로티시즘 연극으로 극단 대중의 뮤지컬 「바디 숍」을 선정한 위원회는 작품성을 갖춘 에로연극과 저질 벗기기 연극과의 차이점을 조목조목 비교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작품을 보지 않고도 저질 외설연극을 가려내는 첫번째 방법은 행인에게 『화끈한 것 있다』 『아찔할 정도로 벗는다』는 말로 호객하는 「삐끼」가 설친다는 점이다. 연극 자체로 보아서 잘 만든 에로연극과 저질 외설연극을 구별하는 두번째 방법은 「완성도」라고 위원회측은 강조한다. 발성에서부터 연기에 이르기까지 훈련된 배우, 「작품으로 말한다」는 소신을 지닌 연출자의 참여, 공들인 무대미술과 전체적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디 숍」의 경우 박해미 김신아씨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 중진 강영걸씨의 연출, 3억여원을 들인 제작비 등이 완성도를 높인 반면 「뒷골목 연극」은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배우, 조잡한 연출과 무대장치, 『미친 ×』 『같은 새끼』 등 천박한 대사로 연극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어 대조적이다. 세번째 차이점은 작품속의 선정적 표현이 당위성과 함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의 예술성을 갖추었는가의 여부다. 스트립쇼를 무대로 한 「바디 숍」은 무희들이 춤을 추는 과정에서 당연히 벗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러나 가슴노출의 경우 풍성한 머리카락으로 가리는 식으로 표현되며 노출 그 자체보다는 인간이 보다 부각되는 것이 특징. 반면 저질 외설연극은 극적 개연성과 상관없이 공연히 목욕장면이나 꿈속의 정사장면이 삽입되며, 그것도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 노출하는 듯 마는 듯하다가 여배우가 옷을 벗음과 동시에 불이 꺼져서 관객이 『속았다』는 느낌을 갖게한다고 위원회측은 지적했다. 연극협회 정이사장은 『이때문에 한번 저질연극을 본 사람은 다시 같은 연극을 찾지 않지만 문제는 상당수의 선량한 관객이 「삐끼」에 속는 일이 연속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바디 숍」에 이어 계속 수준높은 에로티시즘 연극을 선정, 저질 외설연극이 추방될 때까지 캠페인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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