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폰팅」물의…알선업체 청소년겨냥 「악덕商魂」

  • 입력 1997년 1월 3일 20시 38분


『기나긴 겨울철에 남자친구가 없어 외로운 고1 여학생이에요. 저랑 생각이 통하는 오빠나 친구와 만나고 싶어요. 제 삐삐는 015―202―××××번이에요』 『키 1백63㎝, 몸무게 47㎏. 천사같은 성격에 얼굴은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아요. 휴대전화 017―216―△△△△번으로 연락주세요』 우리나라가 아니라 먼 외국의 전화사서함에 들어있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음성녹음이다. 최근 국제전화로 국내에 살고 있는 남녀간의 만남을 알선하는 「국제전화 폰팅」이 물의를 빚고 있다. 국제전화를 이용한 폰팅이란 국내통신사업자가 외국에 전화사서함을 개설한 뒤 이 곳으로 국제전화를 걸도록 해 만남을 주선하는 것. 전화를 건 사람은 개인신상에 관한 내용을 녹음으로 남겨놔 나중에 다른 사람이 듣도록 하거나 공동대화방으로 들어가 직접 대화를 나눠가며 짝을 구할 수도 있다. 외국에 전화사서함을 만드는 이유는 국내에선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폰팅영업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 때문에 폰팅알선업체는 통신사업자와 손잡고 상대적으로 전화사서함 설치가 손쉬운 제삼국에 이를 개설해 놓고 통화량에 비례해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한국통신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 스웨덴 몰도바 등지에는 국내업체가 개설해 놓은 10여개의 전화사서함이 있는데 이중 7,8개는 이스라엘에 몰려 있다. 업체들은 신문 잡지에 광고를 내거나 심지어 학교앞에서 전단을 뿌리며 「황홀한 경험」 「24시간 생중계」등 선정적인 문구로 청소년에게 국제전화를 걸도록 유혹하고 있다. 최근 S씨(38·여·서울 강남구 청담동)는 국제전화 폰팅에 빠진 동생때문에 5백여만원의 전화요금을 물었으며 전화국에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원인모를」 요금통지서를 받은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서울 P전화국 요금관리과의 한 직원은 『최근 「터무니없이」 많이 나온 전화요금에 항의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신문 잡지 등에 나온 폰팅광고를 모두 모아뒀다가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로 인해 귀중한 외화가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통신 국제사업협력국 林承萬(임승만·50)부장은 『95년7월 5만분에 불과했던 이스라엘과의 통화량이 최근 20배이상 늘어나 지난 한햇동안만 한국과 이스라엘간의 통화요금 역조가 85억원에 달했다』며 『내용을 알아보니 이스라엘에 설치된 저질 전화사서함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11월말 통화역조를 줄이기 위해 이스라엘의 전화사업자 「베제크」사와 요율인하협정을 맺었다. 〈金靜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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