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아이 밥투정땐 하루 굶긴다

  • 입력 1996년 12월 31일 18시 15분


「본·셰필드·싱가포르·도쿄〓李珍暎기자」 『꼬르륵…』 허기진 한스의 뱃속에서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가 났다. 독일 쾰른 성당에서 택시로 30분 정도 걸리는 델브릭 게마르켄가(街)에 살고 있는 다섯살배기 꼬마 한스. 한스는 지난달 18일 아침식사때 삶은 시금치와 홍당무가 들어있는 파스타 요리를 보고 『시금친 정말 싫어』하며 투정을 부리다 식탁에서 쫓겨났다. 처음엔 엄마 마들랜도 『음식을 다 먹으면 한시간 동안 닌텐도 게임을 하게 해주겠다』고 달랬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떼를 쓰다 결국 「하루 금식」이라는 벌을 받게 된 것이다. 한스는 계속 꼬르륵 거리는 배를 안고 일찍 해가 떨어져 컴컴해진 방안에 혼자 앉아 있었다. 내일 아침 식탁에 앉기 전까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설명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밥숟가락을 들고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먹어달라고 통사정을 하는 우리나라 부모를 생각하며 『어린애한테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 마들랜은 『누나 사라도 이틀을 굶더니 항상 접시를 깨끗이 비운다』고 냉정하게 대답했다. 식사예절은 어렸을 적 익혀야 할 중요한 예절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엄격하게 식탁예절을 가르치는 나라가 많다. 지난달 18일 기자가 찾아간 독일 본의 바이덴베크 시립 유치원 점심시간. 정오가 되자 급식업체에서 음식을 가져왔다. 3세부터 6세까지 20여명의 아이들이 조용히 줄을 서서 고사리 손으로 접시에 먹을 만큼의 음식을 덜어 자기자리로 가 앉았다. 아이들이 다루는 큰 유리접시와 유리컵이 깨질까 조마조마했다. 옆에 서있던 크레츠 원장은 『한번 깨봐야 행동도 조심스러워지는 것 아니냐』며 『먹는 것 자체가 중요한 문화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깨끗한 접시에 적절한 도구를 사용해 얌전히 먹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크 얌전히 굴어야지』 평온하던 점심시간 도중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5세인 마크가 취재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식탁 밑으로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발길질을 하다 들킨 것. 『그만둬 마크』 마크는 여러번 주의를 받았지만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마크도 결국 식탁에서 쫓겨나 방 구석으로 가서 혼자 점심을 먹어야 했다. 영국 유치원의 점심풍경도 신사의 나라답게 예의바르다. 의자에 앉으면 발이 땅에 닿지도 않을 만큼 어리지만 먼 거리에 있는 양념을 무리해서 집는 법이 없다. 꼭 『소금 건네 주세요』라고 말한다. 빨리 식사를 끝낸 아이들은 아직 식사중인 친구를 기다렸다가 조용히 일어나 식기를 싱크대에 담근 뒤 이를 닦으러 화장실로 향한다. 음식을 가려먹는 편식 습관을 바로 잡아주는 일도 식사예절 교육의 중요한 부분. 일본 오사카시(市) 스미요시구(區)의 겐고쿠 유치원은 어린이들의 편식습관을 고치기 위해 1주일에 한번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싫어하는 당근 오이 브로콜리 등 야채 등을 의무적으로 싸오게 한다. 평소 혼자서는 잘 먹지 않는 반찬이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먹다보면 남들도 다 먹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고 다음부터는 그 음식에 입맛을 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유치원의 주간 식당 메뉴 옆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일렬로 적혀 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이름 옆에 체크해 두었다가 이를 적어 학부모들에게 보내준다. 학부모들이 가정에서 편식지도를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독일의 편식지도는 합리적인 편. 독일 본 호프만 거리의 시립유치원 바스무트원장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아 못먹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지는 않는다』며 『먹어본 적이 없거나 고정관념 때문에 먹지 않는 음식에 대해서는 처음엔 적은 양을 먹도록 한뒤 차츰 양을 늘려나간다』고 설명했다. 매주 1시간의 요리시간은 아이들의 편식습관을 없애는 절호의 기회. 자기가 만든 음식은 다른 것보다는 맛있게 먹게 마련이므로 요리실습을 반복하다 보면 편식습관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바스무트 원장은 『먹는 것은 고맙고 즐거운 일이란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식사교육의 출발점』이라며 『그걸 깨닫게 되면 식사예절도 몸에 배고 편식도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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