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의 과학]물은 왜 냉각-보온제로 사용되나

  • 입력 1996년 12월 27일 21시 29분


물의 비열이 크다는 것을 우리는 생활에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 대형 냉장고나 에어컨의 방열기를 식히는 데 물을 사용한다. 또 겨울에 다른 난방 시설이 없는 곳에서는 뜨거운 물을 담은 통을 잠자리에 넣어 두기도 한다. 왜 냉각재나 보온재로 물이 다함께 사용될까. 모든 물질은 온도가 상승하기 전에 그 분자는 자극을 받아 심한 운동을 시작한다. 물의 경우 먼저 물분자와 물분자 사이의 결합을 느슨히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물은 온도가 조금 높아지는 데에도 대량의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런 까닭으로 물은 자동차 엔진의 냉각재로 매우 효과적이다. 다만 물이 얼게 되면 부피가 커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의 부품에 손상을 줄 우려가 있어서 자동차 냉각재로는 낮은 온도에서도 얼지 않는 특수 액체(부동액)를 쓴다. 요즘 개량식 온돌구조는 보일러로 물을 데워서 방바닥 밑에 깔린 파이프속으로 흘려 보내 줌으로써 난방을 한다. 물의 비열이 크기 때문에 많은 열량을 보일러에서 공급 받아서 방바닥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물의 비열이 작았다면 온종일 보일러를 켜 두어도 방바닥이 쉬 따뜻해지지도 않을 것이고 보일러가 꺼지면 즉시 방바닥이 차가워질 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우나 탕안의 온도계를 쳐다보고 온도가 1백도를 넘는데 대해서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온도가 1백도를 넘는데도 왜 화상을 입지 않을까. 사람은 온도 조절능력이 뛰어난 정온 동물이다. 사람은 주변의 온도가 체온보다 높으면 땀을 흘려 증발시킴으로써 몸의 온도를 정상적으로 유지한다. 이런 이유외에도 사람의 몸은 70%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체온이 높아지지 않아 어느 정도는 고온의 증기에서도 견딜 수 있다. 또한 공기는 다른 물체 즉 금속이나 물보다 열 전달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한증막 안의 사람 피부에 닿아 있는 공기의 온도는 실제보다 낮다. 즉 얇은 층의 공기가 낮은 온도 상태로 피부를 보호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열전도율이 뛰어난 철판은 공기라는 중간 물질없이 직접 사람 피부에 닿는다면 사우나탕과 같은 온도라 할지라도 매우 뜨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사우나 탕안의 의자 바닥 벽이 열전도율이 낮은 나무로 되어 있는 이유를 이제 이해했을 것이다. 만약 철판으로 되어 있는 사우나 탕이 있다면 사람들은 철판구이가 될 각오가 없이는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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