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한국 구전민요의 세계」 김헌선교수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8분


「李光杓기자」 『우리말 우리맛은 그나마 전통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리 소리에 이르러서는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는 김헌선 경기대교수(국문학·35). 그가 최근 펴낸 「한국 구전민요의 세계」(자식산업사 발행)의 곳곳에는 「우리 소리 전승」을 향한 젊은 학자의 열정이 짙게 배어 있다. 김교수는 이 책에서 두가지의 도전적인 방법론을 도입, 민요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의 민요연구가 문학적 사설(문학적 접근)과 음악적 선율(음악적 접근), 이를 둘러싸고 있는 민속적 기반(민속학적 접근)을 각각 따로 연구해온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학적 음악적 민속학적 연구가 하나로 통일돼야만 총체적이고 완전한 민요연구가 가능하다는 것. 이와 함께 김교수는 민요의 지역별 특성에 관한 연구는 많았지만 각 민요의 지역별 분포 특성 차이 및 공통점 등을 전국적 차원에서 검토하는 구조적인 연구방법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각 지역별로 민요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타지역 민요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기 지역 연구에만 치중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국적인 판도를 고찰하는 것이 한국 민요연구의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이같은 작업의 기초는 현장 연구. 그러나 그동안 이뤄진 민요 현지조사는 생동하는 민요의 실체를 드러내기에 미흡하다면서 예를 들어 설명했다. 『민요 「논매는 소리」의 경우, 논의 크기나 토질의 특성은 어떠한지, 논매기는 몇번 하는지, 어떤 연장을 쓰고 어떤 노래를 언제 어떻게 부르는지 등을 검토하는 것이 그 민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토질이 거친 지역과 부드러운 지역의 경우 서로 노동의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노동요도 사뭇 다릅니다』 김교수가 본격적으로 민요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4년 여름 원로 민속학자인 임석재선생의 민요자료 출반 작업과 MBC의 전국민요대전 작업에 동참하면서. 그러나 민요 채록을 위해 찾아간 현장에서 그가 우선 느낀 것은 민요 전승 현장의 훼손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는 훨씬 오래 전부터 우리 소리에 대한 사랑을 간직해온 인물로 지난 8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음악평론 「사물놀이, 세계음악으로서의 그 벅찬 전망」이 당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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