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서울시의회가 유급보좌관을 둔다는데…

  • 입력 1996년 12월 11일 20시 16분


▼미국만큼 연방정부의 존재를 실감하기 어렵고 지방자치가 국민생활에 깊숙이 스며있는 나라도 드물다. 특히 미국의 지방자치제도는 자유와 독립의 정신과 직결돼 있다. 연방과 주(州)정부의 간섭을 싫어할 뿐 아니라 보조금을 얻어내려고 마구 손을 벌리지도 않는다. 자기 고장의 재정능력에 맞게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이 미국에선 상식이다. 따라서 웬만한 자리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돼 있다 ▼미국에선 인구 50만명이 넘지않으면 시장조차 유급직으로 하지 않는 게 통례다. 의회의원 각종위원 자문위원 등은 말할 나위도 없다. 가난한 고장에선 공무원 교사 경찰관 등이 다른 지역보다 봉급을 적게 받는 것이 당연시돼 있다. 특히 자기 고장에 대한 강렬한 봉사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 의원직이다. 대부분 재출마를 사양하고 주부 보험외판원 등이 의회에 많이 진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의 지방자치제도 자체는 미국 등 선진국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의원자리가 무보수 명예직으로 돼있고 일정한 수당을 지급하는 것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의원들의 봉사정신과 비용절약노력 측면에선 큰 차이가 있다. 일례로 서울시의회는 의원1인당 1명씩의 유급보좌관을 고집스럽게 두려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여론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이를 조례로 규정했다가 이번에 대법원이 지방자치법 등에 어긋난다며 무효판결을 내리자 국회에 입법청원까지 했다 ▼전국 5천5백여명의 지방의원에게 1명씩의 유급보좌관을 두면 연간 인건비만 1천6백억원에 이른다. 사무실 마련 등 다른 지출을 합하면 무려 4천5백억원이나 든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62%에 불과한 실정을 고려하면 서울시의회의 요구는 염치가 없다. 신분과시용이나 매직(賣職)의 의도가 아니라면 현행 전문위원 만으로도 충분하다.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도 유급보좌관을 둔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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