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국제콩쿠르」의의]『「大家」길러낼 토양 마련』

입력 1996-12-03 19:59수정 2009-09-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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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꿈과 실현 가능한 꿈이 있다. 유학을 가면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꿈은 허망한 꿈이다. 세계적 수준을 가늠자로 놓을때 유학생의 99%가 실패자인 것을 보라. 유학 가지 않고서도 이 땅에서 성(誠)과 열(熱)을 다하면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꿈을 가질 수 있는, 말 그대로의 국제경쟁력을 창출해 낼 수 있는, 문화 풍토의 창조는 귀하지 않을 수 없다. 말만 들어왔지 국제콩쿠르의 실상을 눈으로 목격한 사람은 드물다. 특히 세계적 피아니스트의 꿈을 안고 있는 한국의 젊은 음악도들에게 국제콩쿠르는 언제나 허망한 꿈에 불과했다. 비록 수준이 높아서 자기가 겨룰 처지는 못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아 저런 것이 국제 콩쿠르구나. 저 정도 수준이라면 나도 몇년 후엔 한번 도전을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들게 한 계기를 이번 동아국제음악콩쿠르가 마련했다. 허망한 꿈에서 실현 가능한 꿈을 젊은이들에게, 특히 유학 가지 않은 젊은 음악도에게 심어주었다는 점이 이번 콩쿠르의 가장 큰 의의였다고 본다. 만일 콩쿠르의 조직과 운영이 미흡했다든지 콩쿠르 참가자의 연주수준이 낮았다든지 참가자와 심사위원의 국가별 분포도가 편파적이었다면 이번 콩쿠르의 성과는 미진했다고 평가받을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점에서 타의 모범이 될 정도였다는 점에서 이번 콩쿠르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사석에서 만난 국제음악콩쿠르연맹 회장 로네펠트여사는 『콩쿠르의 수준뿐만아니라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한국인으로서 가슴 뿌듯한 일이었다. 국제콩쿠르에는 언제나 청중의 평가도 있다. 예선과 준결선의 연주는 듣지 못했지만 최종 결선 양일간의 모든 연주를 들었다. 최종 연주만을 놓고 청중으로서의 필자가 평가했을 때 한국의 권민경양이 6위를 한 것은 의외였다. 한국 심사위원들이 지나치게 겸손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청중으로서의 필자가 등위를 매긴다면 권민경양은 6위보다는 상위권에 놓였어야 했을 것 같다. 악곡 해석이 지나치게 특이했고 연주의 마무리 단계에서 약간씩 흔들린 핀란드의 안티 시랄라가 그날 연주만을 놓고 본다면 오히려 가장 처진 연주를 한것이 아닌가 싶다. 1등은 이스라엘의 라이케르트가 확실했고 2,3,4등위 등은 심사위원의 취향이 등위를 좌우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두가 개성있는 연주를 했다. 이번 콩쿠르를 계기로 우리 악단은 눈을 떠야 할 것 같다. 좁은 시야를 버리고 모든 것을 넓게 보아야 할 것 같다. 내 파(派) 네 파를 따질 것이 아니라 큰 물을 생각하면서 음악 하나만을 위해서 온 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21세기의 음악세계를 움직여갈 미완의 대가들을 이 땅 안에서 길러내야 할 것 같다. 동아국제음악콩쿠르의 역할이 이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李 康 淑〈한국예술종합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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