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고문 『사면초가』…『더러운 政爭』발언 파문

  • 입력 1996년 11월 28일 20시 10분


「朴濟均기자」 과거 정치를 「더러운 정쟁(政爭)」이라고 규정하며 전방위 공격태세를 보인 李會昌(이회창)신한국당고문이 여야 대선주자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이고문의 27일 강원대 강연내용중 대선주자들을 극도로 자극한 대목은 『「더러운 정쟁」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구태의연한 낡은 정치판의 경험을 거쳐야 정치적 검증을 받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참으로 도착적 심리상태』라고 말한 부분이다. 벌써부터 이고문에 대해 『검증받지 않은 인물』이니 하며 「깎아내리기」를 시도했던 국민회의측이 가장 흥분한 것은 당연한 일.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고문은 80년 신군부에 협력, 대법관이 되었고 盧泰愚(노태우)정권 출범 초기에도 적극 참여, 민화위 위원에 발탁된 뒤 선관위원장에 오르는 등 군사정권 하에서 출세가도를 달렸던 인물』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朴智元(박지원)기조실장은 한술 더떠 『이고문은 더러운 줄타기로 역대정권에서 고관대작을 지낸 기회주의자』라며 『검증받지 않으려는 것은 부끄러운 과거를 「대쪽」으로 위장해 보려는 도착적 심리상태』라며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자민련 李圭陽(이규양)부대변인도 『이고문이 기존 정치권은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김심(金心)」의 영향력은 인정한 것을 보면 그의 말대로 더러운 정치판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라며 『이제 그는 대쪽이 아니라 천안삼거리의 수양버들』이라고 비아냥댔다. 야권만 이고문 발언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노골적 표현은 자제했지만 신한국당내의 대선주자들도 마땅치 않다는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이는 이고문의 발언이 다분히 그동안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이 자신을 은근히 「정치신인」이라며 평가절하해온 데 대한 반격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구당개편대회 등에서 이고문을 앉혀놓고 『정치지도자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거나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李漢東(이한동) 朴燦鍾(박찬종)고문측은 『과거 정치가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정치가 있는 것』 『국민의 검증은 냉혹하고 무서운 것』이라며 반박했다. 또 『백전불굴의 정신으로 아픔을 극복하는 게 정치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기에 미래가 있다』고 말해온 崔炯佑(최형우)고문측도 『과거 민주화 운동 정치경력까지 일거에 매도해서는 안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파문이 커지자 이고문측은 『야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극구 해명했지만 발언의 성격상 쉽사리 가라앉기는 힘들 것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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