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마닐라이후의 대북정책

입력 1996-11-27 20:07수정 2009-09-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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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韓美(한미)정상회담에서는 지난 9월의 북한 잠수함침투사건이후 차갑게 얼어붙어 있는 대북관계를 수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합의내용을 발표했다. 잠수함사건이후 지난 두달동안 혼미를 거듭해 온 우리의 대북정책은 세번의 중요한 실수를 거듭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뒤늦게나마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가까운 시일내에 네번째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北 이중성」인식 부족 우리 대북정책의 첫번째 실수는 북한의 대남정책 기본노선인 통일전선전략이 가진 전쟁적 측면과 평화적 측면이란 이중성에 대한 충분한 인식이 부족했고 이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잠수함사건은 통일전선전략의 전쟁적측면이 수면위로 드러난 하나의 작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중정책에 현혹돼 우왕좌왕하는 속에서 치밀하고 입체적인 대북정책도 마련하지 못했기에 잠수함 사건을 커다란 놀라움으로 맞이해야 했다. 첫번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는 뒤늦게 잠수함사건을 전면전의 일부나 본격 비정규전으로 분류함으로써 사건의 올바른 성격 규정에 실패하는 두번째 실수를 범하게 됐다. 이러한 성격 규정의 실수는 잠수함사건을 국내―남북한―국제적 차원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자승자박의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북한 대남정책의 전쟁적 측면을 간과한 첫번째 실수와 평화적 측면을 무시한 두번째 실수. 이는 자연스럽게 잠수함사건의 수습방안 마련 과정에서 세번째 실수를 범하도록 했다. 두번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수습방안이라면 북한의 치밀한 이중정책에 입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마련돼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용의 사과요구, 비효율적인 경제적 응징, 군사작전의 개선수준으로 대안을 추구함으로써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잠수함사건이후 표류하고 있는 대북관계를 수습하기 위해 마닐라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우선 제네바 핵합의의 계속적 이행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으로 4자회담을 계속 추진하며, 마지막으로 잠수함사건을 해결하고 예방하기 위해 한국측이 수락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미국의 기본구상에 한국의 의견을 첨가한 이러한 합의 내용이 실제로 대북관계속에서는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사과아닌 사과, 4자회담을 위한 형식적 만남의 모색, 제네바 핵합의의 제한적 이행이라는 모습으로 현실화될 것이다. ▼침투방지-경협 연계를 따라서 네번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적 사과가 현실적으로 어려울수록 미래적 사과의 방안이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사적 침투행위가 재발되는 경우 경수로를 포함한 경제원조가 자동 중단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음으로 북한의 대남정책이 지속되는 한 형식이 아닌 실질의 4자회담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북한의 통일전선에 대한 효율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 북―미, 북―일관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잠수함사건은 단순한 대북군사정책의 실수가 아니라 대북정책의 총체적 실수다. 따라서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한국나름의 통일전선전략을 총체적으로 구상할 수 있는 인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 영 선(서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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