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댐 완공땐 북한강물 年18억톤 줄어』…李교수논문

  • 입력 1996년 11월 9일 20시 49분


「夫亨權기자」 8일 서울에서 열린 「에너지법 연구회의」세미나에서 서울대 법대 李相冕교수가 「남북한 수자원의 형평적 이용―금강산 발전소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지난 86년이후 국민들이 거의 잊고 지내던 북한의 금강산댐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북한 금강산댐이 갖고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李교수는 국제하천전문가로 그동안 북한 금강산댐이 안고 있는 국제법상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연구해왔다. 李교수는 『금강산댐 공사는 속속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나 국민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도 안타까운 심정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李교수는 『86년 북한 금강산댐의 수공(水攻)위협이 처음 문제가 됐을 당시 정부 관계기관으로부터 북한이 공유하천에 임의로 금강산댐을 건설하는 것에 대해 국제법적 대응책을 강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다』고 밝히고 『당시에는 88올림픽을 겨냥한 북한의 수공작전에 모든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 합리적인 협상이나 국제법적 대응이 진지하게 논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제댐회 산하 국제공유하천위원장을 88∼92년, 95년 등 6년간이나 역임하면서 지속적으로 금강산댐에 관심을 가졌던 李교수는 『베일에 싸여 있던 금강산댐 공사의 진척정도가 1차공사를 끝내고 공사착수 10주년 기념식을 가지면서 외부로 알려져 금강산댐 문제가 우리나라엔 「발등의 불」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강산댐이 완공될 경우 북한강유역에서의 수력발전이 불가능하고 생태계파괴까지 가져오는 이유는 금강산댐이 산을 뚫은 터널을 이용, 북한강 물줄기를 동해쪽으로 바꿔 놓기 때문.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로 가장 북쪽에 위치한 화천댐의 경우 유역 면적이 4천63㎢인데 집수유역의 4분의 3이 휴전선 이북에 위치해 있어 금강산댐이 완공돼서 담수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물부족현상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 또 북한강 수계에서 우리나라로 흘러 들어오는 연간 약 86억t의 물 중 최소 21%인 18억t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고 이같은 감소량은 소양댐에 연간유입되는 17억여t과 맞먹는 규모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이렇게 될 경우 즉각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쳐 한강수위가 내려가면 수서곤충 하안식물은 물론 조류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고 북한강수계의 유량이 21% 줄어든다면 수질오염도는 40∼50%까지 심화돼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의 수질문제도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李교수는 『86년 당시 全斗煥정권이 잘못한 것은 최소 10년이상 걸리는 금강산댐 건설기간을 속이고 그 규모도 임의대로 2백억t 수준으로 부풀려 대국민 공포심을 조장하고 이를 안보차원에서 이용한 것』이라며 『하지만 금강산댐 건설에 따른 물부족현상과 그에 따른 생태계파괴 등의 문제는 결코 거짓이나 과장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남침략작전으로 수공을 펴지 않더라도 지진이나 공법상의 문제로 인해 금강산댐에 균열이 발생했을 경우도 사태는 심각하다. 李교수는 『86년 당시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1백m 물기둥이 서울 전역을 덮쳐 국회의사당이 물에 잠길 수준은 아니지만 한강수위가 급격히 높아져 많은 피해를 낼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45억t 담수능력을 갖고 있는 금강산댐에 9억t이 저수돼 있을 때 이것이 댐 붕괴와 함께 남쪽으로 쏟아져 내려온다면 초당 30만t의 급류가 생겨 화천이남 우리측 5개댐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84년 9월에 있었던 한강대홍수의 10배에 가까운 물이 흘러 내려오게 된다는 것. 李교수는 『국제하천에 상류국이 일방적으로 댐을 건설하거나 유로(流路)를 변경시킬 경우 하류국에서 이미 건설해 놓은 댐 및 각종 수리시설이 무용지물이 되고 하천유역개발계획이 백지화될 수 있다』며 『국제하천은 공동 이용해야 할 하나의 단위체로서 하류국의 권익을 존중, 상류국의 일방적 이용은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 국제 관습법』이라고 말했다. 李교수는 『이러한 사실에 입각해 이젠 정부가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거나 관계국간 전문위원회 구성, 국제중재재판에 이 문제를 회부하는 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교수는 『경제 협력차원에서 금강산댐 건설에 우리가 같이 참여해 보다 정확한 건설현황이나 실태를 파악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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