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시청자에서 창작자로…유튜브 시대, 프로야구 또 한 번의 변신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2월 21일 07시 30분


프로야구도 유튜브 시대다. 창작자로 변신한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무료함을 느낄 팬들에게 깜짝 즐거움을 선물하는 중이다. 미용실에서 구단 자체 콘텐츠인 ‘히어로그’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 키움 김상수(사진). 사진출처|키움 유튜브 채널
프로야구도 유튜브 시대다. 창작자로 변신한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무료함을 느낄 팬들에게 깜짝 즐거움을 선물하는 중이다. 미용실에서 구단 자체 콘텐츠인 ‘히어로그’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 키움 김상수(사진). 사진출처|키움 유튜브 채널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진화는 야구의 많은 것을 바꿨다. 야구인들은 ‘먼 나라’처럼 느끼던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들의 타격과 투구 동작을 휴대전화 터치 몇 번으로 손쉽게 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단순히 경기 영상에 국한되지 않고 다각도로 분석한 콘텐츠가 즐비하다. ‘손 안의 코치’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시청자에 그쳤던 야구인들은 이제 창작자로 변신했다. 차이가 있다면 야구장 밖의 모습을 노출하며 성벽을 허물었다는 점이다. 선두는 키움 히어로즈다. 최근 키움은 ‘히어로그(히어로즈+브이로그)’ 콘텐츠로 조회수 ‘대박’을 쳤다. 브이로그는 자신의 일상을 촬영한 영상을 뜻한다. 그 중에서도 ‘캡틴’ 김상수가 앞장서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브이로그의 뜻조차 몰랐지만 이제는 ‘망가짐’을 주저하지 않았다.

김상수는 영상을 통해 “팬들은 선수들이 겨울에 어떻게 지내는지 모른다.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개설했는데 소통에 대한 욕구가 강하더라. 구단에 먼저 브이로그 촬영에 대해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하도록 돕기 위해 마케팅 행사 참여 제안도 신중한 태도였지만, 선수가 먼저 문을 열어준 것이다. 김상수와 김성민에 이어 ‘막내’ 박주성, ‘분위기 메이커’ 이승호가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의 일상을 적극적으로 전하고 있다.

LG는 채은성(위 사진 왼쪽)이 자신의 특별 유니폼 디자인에 직접 의견을 내는 콘텐츠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 
정은원(아래 사진 오른쪽)이 스프링캠프지에서 노시환과 함께 공모를 통해 받은 자신의 응원가를 신중히 듣고 있다. 사진출처|LG·한화 유튜브 채널
LG는 채은성(위 사진 왼쪽)이 자신의 특별 유니폼 디자인에 직접 의견을 내는 콘텐츠를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 정은원(아래 사진 오른쪽)이 스프링캠프지에서 노시환과 함께 공모를 통해 받은 자신의 응원가를 신중히 듣고 있다. 사진출처|LG·한화 유튜브 채널

LG 트윈스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해부터 ‘선디폼(선수가 디자인한 유니폼)’ 콘텐츠를 제작했다. 수년 전부터 각 구단들은 대기록을 세운 선수의 특별 유니폼을 만들어왔다. LG의 차별점은 선수가 디자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고우석에 이어 최근에는 채은성이 자신의 유니폼 디자인에 앞장섰다. 자신의 특징인 별, 안경이 유니폼에 형상화됐다.

선수를 넘어 코칭스태프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KT 위즈는 2016년부터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자체 중계해왔는데 5년째인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해까지는 개인방송 운영자가 한국 스튜디오에서 해설 마이크를 잡았는데, 올해는 임세업 운영팀 대리와 신동원 데이터기획팀 대리가 캐스터로 나선다. 여기에 경기 사이마다 코치와 선수들이 객원해설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는 이숭용 단장과 이강철 감독이 적극적으로 제안한 사안이다. “경기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라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좋은 기회”라는 게 이 감독의 의도다.

비시즌은 야구팬들에게 무료하고 따분한 시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거의 시즌 영상들을 ‘되돌려보기’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구단과 선수들의 의식이 달라졌다. 야구가 없을 때는 자신들의 일상을 적극적으로 노출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이제 10개 구단 중 구단 유튜브 채널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구단은 없다. 경쟁이라도 하듯 팬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분위기다.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 프로야구도 달라지지 않으면 언제든 팬들의 시선 밖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지난해 느꼈다. 시청자에서 창작자로 변신한 프로야구인들이 반가운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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