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FA 몸값 결정의 핵심은 경쟁 통한 시장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2월 26일 05시 30분


LG 오지환(왼쪽)-LG 단장 차명석. 스포츠동아DB
LG 오지환(왼쪽)-LG 단장 차명석. 스포츠동아DB
잠잠하던 KBO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LG 트윈스와 유격수 오지환(29)의 4년 총액 40억 원 계약으로 요동치고 있다. 수그러들던 ‘FA 거품’ 논란을 되살리는 기폭제로도 작용하는 양상이다. LG에는 꼭 필요한 선수이자, 10년간 헌신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오지환이다. 한마디로 ‘대체불가’ 자원이다. 충분히 합당한 투자로 평가할 만하다. 그럼에도 20일 계약 사실이 알려진 뒤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왜 그럴까.

● 경쟁 통한 시장가가 반영된 결과인가?

LG와 오지환의 계약 내용은 옵션 없는 순수 보장 40억 원이다. 계약금 16억 원, 연봉 총액 24억 원이다. 앞서 한화 이글스가 마무리투수 정우람(34)을 주저앉힐 때도 옵션 없이 4년 총액 39억 원을 보장해줬다. 현재까지는 이번 겨울 FA 시장 1·2위 계약액이다. 총액 100억 원이 훌쩍 넘는 계약이 줄을 잇던 지난해까지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금액이다.

FA 제도는 실력 있는 선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정 자격을 갖춘 선수라면 누구나 권리행사를 택할 수 있다. 다만 몸값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결정된다. 리그를, 팀을 들었다 놓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FA라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반대의 경우라면 선수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경쟁을 통한 시장가’가 FA 몸값에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LG와 오지환을 향한 비난 여론의 근간에는 KBO FA 제도에 대한 근본적 회의 또는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 숨어있는지 모른다. 시장이 기능을 상실했거나 작동을 멈춘 결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애당초 경쟁입찰이 아니라 단독입찰이었다. 백지위임이라는 사상 초유의 선언마저 뒤따랐다. 40억 원짜리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100억 원짜리 계약 같은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 근본 이유다.

● 과도한 보상이 경쟁을 저해한다!

차명석 LG 단장은 계약 직후 “오지환을 향한 타 구단의 오퍼가 있었다”는 요지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말대로라면 LG의 40억 원 투자 결정은 조금이라도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타 구단과 경쟁에서 오지환을 놓치지 않기 위해 LG로선 나름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단, 과연 실체가 있는 오퍼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타 구단에서 오지환을 영입할 경우의 가이드라인까지 ‘50억 원’으로 제시해줬던 차 단장의 친절함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바꿔 말하면 보상금을 포함한 50억 원을 타 구단에선 오지환의 가치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타 구단에서 오지환을 영입했더라면 최대 12억 원의 보상금을 LG에 건네야 했다(오지환의 올해 연봉이 4억 원이었기 때문이다).

12억 원의 보상금이 타 구단의 최종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 장애물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을뿐더러 이제 불필요한 얘기겠지만, 적잖은 금액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한 가지 더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면, 과도한 보상 규정은 FA 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하는 장치라는 것이다. ‘계약 따로, 보상 따로’의 현행 FA 제도로는 모두가 피해자일 수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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