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두산과 롯데의 정반대 프로세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2월 17일 05시 30분


롯데 단장 성민규(왼쪽)-두산 단장 김태룡. 스포츠동아DB
롯데 단장 성민규(왼쪽)-두산 단장 김태룡. 스포츠동아DB
한 지붕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는 최근까지 외국인타자 선발 전략이 극명하게 달랐다. LG는 정성훈이 포지션을 1루로 옮긴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외국인 타자를 3루수로만 집중적으로 뽑았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두산은 수비 포지션보다 타격능력과 그 스타일을 먼저 봤다. 성공한 외국인 타자가 자주 등장했다. 물론 두 팀의 수비 전력의 차가 이러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LG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왜 3루수만 고집할까”라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LG 차명석 단장은 취임 후 이 공식을 파괴했다. 타격 능력이 동일하다고 가정 했을 때 미국에서 1루, 외야 요원보다 3루수를 뽑는 게 훨씬 어렵고 실패 확률도 높아진다. 수비도 잘하고 타격도 뛰어난 3루수는 미국에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 페르난데스. 스포츠동아DB
두산 페르난데스. 스포츠동아DB

두산은 2019시즌 우승 주역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재계약을 고심하고 있다. 예상과 전혀 다른 행보다. 노련한 두산 프런트는 4번타자 김재환이 포스팅을 통해 미국에 진출할 경우 외국인 타자로 장타력을 더 보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는 전략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197의 안타를 기록했다. OPS는 0.892로 리그 9위, 외국인 타자 중에서는 3위다. 김재환이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두산이 원하는 외국인 타자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었던 제리 샌즈(28홈런·OPS 0.939)같은 모델이다. 최근 KBO리그에서 갑자기 유행한 프로세스(process)를 두산은 영리하게 진행하고 있다.

롯데 마차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롯데 마차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프로세스”를 먼저 외친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는 두산과 비교할 때 지향점이 다르다. 외국인타자 카드를 수비보강에 썼다. 총액 60만 달러에 영입한 딕슨 마차도는 유격수와 2루수가 주 포지션이며 3루수, 1루수도 맡을 수 있다. 롯데가 기대하는 부분은 수 년 간 고질병으로 지적된 내야 수비 불안 해소다. 정상급 유격수의 수비 공헌은 계산이 어려운 영역이다. 그러나 이를 얻기 위해 선택한 마차도는 팀 공격력에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마차도의 빅 리그 172경기 OPS는 0.579다. 403경기를 소화한 트리플A에서는 0.707을 기록했다. 롯데 장타자들은 에이징 커브를 지났거나 앞두고 있다. 그래서 롯데의 프로세스는 더 과감해 보인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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