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류현진, 장민재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13일 05시 30분


LA 다저스 류현진(왼쪽)-한화 장민재. 사진|LA 다저스·스포츠동아DB
LA 다저스 류현진(왼쪽)-한화 장민재. 사진|LA 다저스·스포츠동아DB
LA 다저스 류현진(32)과 한화 이글스 장민재(29)는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장민재가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한 2009년부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류현진이 2013년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에도 매년 겨울이면 두 투수는 서로 훈련 파트너가 된다. 올 1월에도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훈련을 함께했다.

세월이 흐르고 함께 보낸 시간도 차츰차츰 늘어나서인지 장민재와 류현진은 서로 닮아가는 듯하다. 그중 하나. 두 투수 모두 볼넷을 몹시 싫어한다. 류현진은 “볼넷을 내주느니 홈런을 맞겠다”, 장민재는 “안타보다 볼넷이 더 싫다”고 말한다.

류현진의 구위는 어깨 수술을 받기 전보다는 크게 떨어졌다. 직구의 최고 구속이 기껏해야 시속 150㎞다. 그나마도 간간이 던질 뿐이다. 구속으로는 장민재도 그다지 할 얘기가 없다. 보통은 135~137㎞를 던지다가 강타자가 나오면 간신히 140㎞다. 메이저리그 평균, KBO리그 평균과 비교하면 확실히 류현진과 장민재는 구속으로는 명함을 내밀기가 곤란한 처지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류현진은 눈부신 피칭을 거듭하고 있다. 12일(한국시간) 현재 7경기에 등판해 44.1이닝을 던지면서 4승1패, 평균자책점(ERA) 2.03을 올리고 있다. 그토록 내주기 싫어하는 볼넷은 2개, 개의치 않는다는 홈런은 6개다. 반면 삼진은 45개를 잡았다. 역시나 적지 않은 홈런을 허용했지만, 그 대신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인 볼넷 대비 삼진(K/BB) 개수 22.5개에서 확인할 수 있듯 면도날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장민재 역시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 태세다. 4월부터 불펜에서 선발로 변신한 뒤 7경기(39이닝)에서 4승1패, ERA 4.15다. 불펜으로 등판한 2경기(3.2이닝)에선 ERA만 4.91이었다. 선발 전환 이후 볼넷 7개를 내주고, 삼진 37개를 잡았다. 9이닝당으로 따지면 볼넷은 1.62개, 삼진은 8.54개다. 특히 삼진 비율이 놀랍다. 류현진의 9이닝당 삼진 9.14개와 비교해보면 장민재가 얼마나 공격적으로 투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화 김범수.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화 김범수.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한화의 또 다른 선발투수 김범수(24)는 최고 구속이 아닌 평균 구속 145㎞의 빠른 직구를 던진다. 젊은 좌완 파이어볼러라 팀의 기대는 크다. 그러나 1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등판해서는 5이닝 9안타 3사사구 3삼진 2실점으로 시즌 3패째(1승)를 안았다. 직전 등판이이었던 7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도 4이닝 7안타 2홈런 2볼넷 7삼진 7실점에 그쳤다. 강력한 직구의 위력을 효과적으로 살리지 못한 결과다.

팀 선배들인 류현진의 제구력과 장민재의 배짱을 배울 수 있다면 김범수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비단 김범수뿐이 아니다. 김민우, 김성훈, 박주홍 등 올 시즌 1차례 이상 선발등판 기회를 잡았던 한화의 젊은 선발투수들은 물론 KBO리그의 모든 영건들에게 해당된다. 볼넷을 내주지 않는 제구력, 홈런도 의식하지 않는 강심장을 갖추고 있다면 구속은 숫자에 불과할 뿐임을 류현진과 장민재가 입증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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