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파워’ 보여주는 ‘08학번’ 박세혁·윤명준의 간절한 외침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10일 05시 30분


고려대학교 08학번 동기생이자 두산 베어스 2012년 입단 친구인 윤명준(왼쪽)과 박세혁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대졸 자원들 사이에서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는 선수들이다. “대졸도 할 수 있다!”를 자신 있게 외치는 그들의 우렁찬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잠실|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고려대학교 08학번 동기생이자 두산 베어스 2012년 입단 친구인 윤명준(왼쪽)과 박세혁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대졸 자원들 사이에서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는 선수들이다. “대졸도 할 수 있다!”를 자신 있게 외치는 그들의 우렁찬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잠실|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졸 자원을 우선적으로 뽑는 풍토는 어느새 일반적이게 됐다. 상대적으로 대졸 자원들은 박한 대우를 받는 현실이다. 프로 입성 후 입지 역시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졸 자원이라 해서 무조건 프로 무대에서 활약이 미비한 것은 아니다. ‘바늘구멍’을 어렵게 통과해서도 여전히 좋은 활약을 펼치는 대졸 자원은 얼마든지 있다.

두산 베어스 우완투수 윤명준(30)과 포수 박세혁(29)은 고려대학교 08학번 동기로 2012년 함께 프로에 데뷔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다. 올 시즌에는 주전포수와 불펜 핵심 자원으로 활약하며 팀의 승률 고공행진을 견인하고 있다. 대졸의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는 두 선수를 8일 잠실구장에서 직접 만났다.

● “눈빛만 봐도 통하는 ‘친구’

-대학·프로 입단 동기가 올 시즌 함께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게 서로에게 특별할 것 같다.

박세혁(이하 박): “(윤)명준이는 군 입대 전부터 이미 기량이 검증됐던 투수다. 학교 때부터 ‘에이스’ 역할을 했고, 프로에 와서도 좋은 활약을 계속했다.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군 복무 중에도 부지런하게 몸을 잘 만들었다. 지금의 활약은 모두가 그런 노력의 연장선상이라 본다.”

윤명준(이하 윤): “(양)의지 형이 나갔지만, (박)세혁이가 있기에 큰 걱정이 없었다. 그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서도 자기 야구를 잘 하고 있다. 공백을 메우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잘하고 있다고 본다. 투수들도 세혁이에 대한 믿음이 크다.”

-대학시절부터 따지면 10년이 넘는 호흡이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 볼 수 있나.

박: “정말 그렇다. 워낙 공을 많이 받아봤으니까. 한 두 개만 공을 받아도 ‘아, 명준이가 지금 어떻구나’라는 걸 금방 캐치할 수 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윤: “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편안함 마저 느낀다. 세혁이가 앉아 있으면 투수로서도 굉장히 편안하다. 대학 시절부터 워낙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세혁이의 리드를 믿고 공을 던진다. 지금 성적도 그러한 믿음의 결과라 본다.”

고려대학교 시절 박세혁(왼쪽)-윤명준. 사진제공|sportsku
고려대학교 시절 박세혁(왼쪽)-윤명준. 사진제공|sportsku

● “대졸도 할 수 있어!”

-둘은 좋은 길을 가고 있지만, 대졸 자원의 프로 성공이 쉽지만은 않다.

박: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대졸자여서 유리한 건 사회 경험을 빨리 한다는 것이다. 성인이 돼서 야구를 한다는 것은 통제 하에 있는 고교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성인은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감을 가지고 4년을 준비한다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자신의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윤: “세혁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성인이 되어서 야구를 한다는 건 그 만큼 유혹의 손길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그런 유혹을 모두 겪었다. 그 모든 걸 뿌리치고 자신의 야구를 할 수 있어야 대졸 출신으로도 프로에 와서 버틸 수 있다.”

-그런 유혹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박: “독한 마음이다. 사실 우리 이후에 고려대학교 출신 후배를 프로에서 보는 게 정말 손에 꼽는다. ‘저 이제 야구 그만하려고요’라는 말을 후배들에게 정말 많이 들었다. 야구를 하면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나는 ‘4년 안에 내 인생의 모든 것을 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했다.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약하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신의 다른 길을 걷는 게 맞다고 본다.”

윤: “솔직히 말해 자신의 기량이 월등히 좋았다면,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 지명을 받았지 않겠는가. 대학교에 진학했다는 건 한 발 물러서 다음 기회를 본다는 의미다. 그 4년의 시간에 야구인생이 판가름 난다. 고교 출신들이 ‘100’을 한다면, 대졸들은 ‘300’을 해야 한다. 프로에 4년 늦게 간다는 걸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 “친구야, 우승 반지 함께 껴보자.”

-주전포수, 불펜 핵심으로 꼭 이루고 싶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


박·윤: “당연히 우승이다. 대학 동기인 우리가 프로 무대에 함께 와서, 그것도 주전으로 우승을 일궈낼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팀 동료 이면서 ‘친구’로 그런 커리어를 꼭 한 번은 남기고 싶다.”

“친구야, 우리 우승 반지를 서로에게 꼭 한 번 끼워주자.”

잠실|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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