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2달 만에 감독 3명 교체…타이밍이 빨라지고 있다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3일 14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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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안데르센→임중용, 포항 최순호→김기동, 제주 조성환→최윤겸

시즌 개막 후 2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무려 3팀이 감독을 교체했다. 포항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최순호 전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시즌 개막 후 2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무려 3팀이 감독을 교체했다. 포항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최순호 전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프로스포츠 감독들의 입지를 설명하면서 ‘파리목숨’ ‘하루살이’ 등에 빗대는 것은 그만큼 긴 시간 지휘하는 것,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이 어려운 까닭이다.

결과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인 만큼 감독은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무래도 야구나 농구 등 다른 종목들에 비해 경기수가 적은 프로축구판은 감독들의 자리가 더 위태로운데, 올해는 그 기다림의 시간이 더 짧아진 모양새다.

K리그1 제주유나이티드는 지난 2일 오후 “조성환 감독이 구단 사무국을 찾아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올 시즌 성적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재충전의 기회를 갖길 희망해왔고, 구단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제주는 시즌 개막 후 9라운드까지 4무5패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고 결국 조 감독은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그리고 이튿날인 3일 제주는 “감독직을 내려놓은 조성환 감독을 대신해 최윤겸 감독을 구단 15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작은 공간에서 강한 전진 압박과 빠른 템포의 경기를 펼치는 스타일로, ‘감귤타카’로 불리는 구단 고유의 패싱 축구(니폼니시 축구)를 실현할 적임자”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최 신임 감독은 당장 4일 제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리는 경남FC와의 홈경기 때부터 곧바로 팀을 지휘하게 된다. 2019시즌 들어서만 벌써 3번째 감독교체가 단행됐다. 리그가 개막한 것이 3월1일이었다. 불과 2달이 지난 시점에 3명이나 바뀐 것인데, 결정 타이밍이 빨라졌다.

가장 먼저 칼을 뽑아든 구단은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인천은 지난달 15일 욘 안데르센 감독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임중용 수석코치의 대행체제를 선언했다. 7경기를 마쳤을 때의 일이다. 그리고 지난 22일에는 포항 스틸러스 최순호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포항도 역시 최순호 감독을 보좌하던 김기동 수석코치에게 배턴을 넘겼는데, 차이는 ‘대행’이 아닌 ‘정식감독’ 선임이었다.

그리고 인천과 포항에 이어 제주가 조기교체 흐름에 동참했다. 팀 당 아직 두 자릿수 경기조차 치른 상황도 아닌데 무려 3팀이 사령탑을 바꾼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기다려줄 여유가 없을만큼 리그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다.

제주유나이티드의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최윤겸 감독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 뉴스1
제주유나이티드의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최윤겸 감독 (제주유나이티드 제공) © 뉴스1

9라운드 현재 전북과 함께 선두싸움을 펼치고 있는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지난 2일 “시즌 초반 선수들이 좋은 결과물을 내주고 있는 것은 고맙고 또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절대 방심할 수 없다. 올 시즌은 정말 어떤 팀도 호락호락하게 볼 수 없다. 전혀 예측할 수 없기에 늘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시즌 분위기를 설명했다.
농구
괜한 우는 소리가 아니다. 울산은 9라운드까지 6승2무1패를 거두고 있는데, 강원과 대구를 상대로 비겼고 성남에 유일한 패배를 당했다. 시도민구단들에게만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했으니 ‘예측불허’라는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전력이 강한 팀들도 살얼음판을 걸어야할 정도면 중하위권 팀들의 체감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고 결국 이것이 최악으로 치닫기 전 감독을 교체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1부리그 하위권에 있는 것은 그리 두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강등의 철퇴를 맞는 것은 정말 치명타가 된다는 사실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작년에 서울이 리그 11위에 그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갈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었나. 누구도 장담 못하는 판이 됐다. 그래도 서울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2부로 추락하면 언제 (1부로)올라올지 보장할 수 없다. 지금 K리그2 순위표를 보면 잘 알 것이다. 모든 팀들이 물고 물리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관계자의 말처럼 K리그2는 3위 안양(승점 14)과 8위 대전(승점 11)의 차이가 3점에 불과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1위로 승격 직행권을 따는 것도 어렵고 4위 이내에 들어서 플레이오프를 거치자니 더더욱 가시밭길이다. 참고로, 올 시즌 2부로 내려온 전남 드래곤즈의 현재 순위는 10개 팀 중 9위다. 2부에서도 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위 ‘회장사’라 불리는 부산 아이파크도 번번이 승격에 실패하고 있다. 안 떨어지는 게 상책이다. 감독 교체 타이밍이 빨라지는 것은, 진짜 최악이 되면 손을 쓸 수 없다는 불안감이 공유되면서 감독들의 스트레스도 더 커지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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