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강백호와 관장 황재균, 매일 2시간이 바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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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3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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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왼쪽)-황재균. 스포츠동아DB
KT 강백호(왼쪽)-황재균. 스포츠동아DB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요.” (강백호)

“그동안 운동을 얼마나 대충했으면….” (황재균)

스프링캠프 기간 10개 구단의 일과는 대개 오전 9시에 시작된다. ‘얼리 워크’로 일부 선수들이 로테이션으로 조금 일찍 훈련을 시작하긴 해도 30분 안팎으로 길지 않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KT 위즈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료들보다 2시간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다. 베테랑 황재균(31)과 2년차 강백호(20)가 그 주인공이다.

황재균은 KT 이적 첫해인 지난해에도 남들보다 1시간 30분 먼저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빠듯함을 느꼈고 올해는 30분 더 앞당겼다. ‘띠동갑’에 가까운 나이 차에도 단짝인 강백호에게 동행을 제안했고, 강백호도 이를 선뜻 수락했다. 훈련장에 도착해서 뜨거운 물로 샤워해 몸을 달군다. 이어 스트레칭과 웨이트 트레이닝, 치료까지 마치면 본진이 도착한다.

이른 아침은 배트를 쥐거나 글러브를 끼는 ‘야구 훈련’이 아닌, 몸을 만들기 위한 시간이다. 황재균은 “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연구 자료들도 직접 찾고, 트레이너에게 자문도 많이 구한다. 이제 야구는 부딪친다고 되는 운동이 아니다.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백호는 캠프 중반부터 황재균과 운동을 시작했다. 이제 3주차에 접어들었는데 그 사이 6㎏가 빠졌다. “힘들어 죽을 것 같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만족을 표한다. 황재균은 “자정을 조금 넘기면 회복에 필요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그 시간에 깨어 있으면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다”며 강백호에게 일정한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괴물 같은 활약으로 신인왕에 오른 강백호지만 아직 프로의 루틴을 체화하지는 못했다. 황재균과 동행이 뜻깊은 이유다.

이들은 올 시즌 나란히 변화 앞에 섰다. 지난해 중심타선에 들어섰던 황재균은 톱타자 변신을 준비 중이다. 거기에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유격수까지 겸업 중이다. 날렵해진 몸이 필요했고 캠프 합류 전부터 8㎏을 감량했다. ‘30홈런-30도루 클럽’ 가입이 목표다.

지난해 1번 지명타자로 주로 나섰던 강백호는 올해 3번타자 겸 우익수로 정착할 전망이다. 144경기 체제에 포지션 플레이어로 꾸준히 나서기 위해서는 체력 향상이 필수적이다. 강백호 역시 “반쪽짜리 선수라는 말을 듣는 게 죽기보다 싫다”는 각오로 준비 중이다. 매일 졸린 눈을 비비며 2시간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황재균은 “지난해에는 나도 모르게 이적 첫해라는 부담감을 느꼈다. 득점권에서 이렇게 못 친 적이 없었다”며 “이제 원래하던 대로 긍정적인 야구가 목표다. 더 많이 뛰면서 활발한 야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백호 역시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지난해보다 한 가지라도 더 나아지겠다”고 강조했다.

투산의 ‘트레이닝 센터’ 황재균 관장과 강백호 회원의 2시간은 올 시즌 KT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면 내년 이맘때 KT에 ‘얼리 버드’가 더 많이 날아다닐 듯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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