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노메달…부러진 한국 배드민턴 라켓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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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배드민턴 남자 복식 8강전에서 패한 최솔규와 강민혁.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배드민턴 남자 복식 8강전에서 패한 최솔규와 강민혁.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듣기는 했어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40년 만에 노메달에 그친 한국 셔틀콕 얘기다.

한국은 배드민턴 개인전에서 남자단식 손완호와 남자복식 최솔규-강민혁 조가 8강전에서 차례로 패했다. 세계 랭킹 5위 손완호는 세계 10위 니시모토 겐타(일본)에 0-2로 완패했다. 기대를 모은 신예 최솔규-강민혁은 대만 조에 무너졌다.

이로써 한국은 앞선 남녀 단체전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개인전에서도 시상대에 올라가는 선수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아시아경기에서 메달을 단 1개도 따지 못한 것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처음이다. 한국 배드민턴은 아시아경기에서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었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아경기에서 금 1개, 은 1개, 동 4개를 딴 것을 시작으로 대회 때마다 메달을 양산했다. 1982년 이후 결승에 한 종목도 오르지 못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 배드민턴 전문가는 “한국 배드민턴의 침체기로 불리던 1970년대로 돌라간 듯 하다. 충격적인 성적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이용대 유연성 고성현 김기정 김사랑 등 세계 정상급 복식 선수들이 줄줄이 은퇴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세대교체를 단행하긴 했지만 단식과 여자 종목에선 기존 선수들이 여전히 뛰고 있어서 이런 참패는 예상하지 못했다. 한 실업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아직 경험을 쌓지 못했다. 과도기에 놓인 듯 하다. 재능 있는 유망주를 대표팀에 발탁한 만큼 이들의 기량 향상에 집중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배드민턴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완패한 손완호.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배드민턴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완패한 손완호. <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국가대표 A급 선수들은 국내 실업팀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비시즌에는 중국, 인도, 동남아 등 해외 리그에서 뛰면서 가욋돈을 벌기도 한다. 한 원로 배드민턴인은 “선수들이 국내 무대에 안주하려는 경향도 커졌다.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 배드민턴 판도는 과거로 돌아간 듯 하다. 1970년 한국 보다 우위를 지키다 1980년대 이후 30년 넘게 한국에게 밀렸던 일본이 세계정상급으로 재도약했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메달 2개(금1, 동1)를 수집했으며 세계 최강으로 평가되는 여자 복식은 2개조가 준결승에 합류해 이 중 1개 조가 결승에 올랐다. 여자 단식과 남자 단식에서도 일본 선수가 준결승에 진출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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