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어떻게 ‘후반기의 팀’으로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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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2월 3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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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팀의 조건은 같은 목표의 공유다. 그렇다면 대한한공은 무조건 강팀이어야 맞다. 이 팀처럼 코칭스태프, 선수들, 프런트, 그룹까지 우승 하나만 갈망하는 조직도 없다.

욕망을 실현할만한 인적, 물적 토대도 충분했다. 우승 전력이 갖춰졌고, 지원도 아낌없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단 하나가 결핍돼 있었다. ‘압박감을 조절하는 회복탄력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실제 대한항공은 ‘도드람 2017~2018 V리그’ 시즌 초반, 뜻대로 안 풀리자 팀 전체가 ‘집단 강박증’에 빠져든 듯했다. 몸부림을 칠수록 늪에 더 깊이 빠져드는 현상과 흡사한 이치였다. ‘대한항공은 우승후보’, ‘이겨야 당연’하다는 ‘골리앗 프레임’에 갇힌 선수들의 프라이드는 질수록 상처 받았고, 다음 경기를 향한 여유는 실종됐다.

봄 배구도 어려운 전반기 4위란 성적표를 받아든 시점에서 팀 전체에 체념이 감돌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후반기 3연승을, 그것도 모조리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멤버 구성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대한항공 관계자조차 “전반기 안 되었을 때에도 원인을 몰랐듯, 후반기 잘 되는 이유도 딱 떨어지는 ‘왜’가 없다”고 말한다.

결국 객관적 전력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대한항공이 ‘이기는 조직 문화’의 경험에 생소한 원인이 컸다. 그런 점에서 대한항공의 후반기 반등은 더욱 극적이고, 유의미하다. 역경에 대처하는 ‘면역력’을 선수들이 체득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자율 의지를 중시하는 리더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알아서 다트피시를 많이 본다”고 전한다. 다트피시는 ‘영상분석 시스템’인데 조원태 구단주가 전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IT 기기다.

대한항공 센터 진상헌의 후반기 반전도 다트피시의 작품이다. 스스로, 코치들과 화면을 반복해서 보고, 무릎 각도를 교정시켜 좋았을 때의 점프력을 회복한 것이다. 자발성이 존중받는 문화에서 선수들은 학습을 통해, 자기 것을 찾아가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다만 대한항공이 올바른 항로에 진입한 것은 확실시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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