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발굴 1등공신은 ‘썰매 선구자’ 강광배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1일 05시 30분


강광배 현 한국체대 교수는 지금의 윤성빈을 발굴한 인물이다. 2012년 신림고에 재학 중이던 윤성빈의 운동신경을 눈여겨본 뒤 그를 스켈레톤의 세계로 안내했고,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강 교수는 지금도 한국체대 봅슬레이스켈레톤부 감독을 맡아 신진세력을 육성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강광배 현 한국체대 교수는 지금의 윤성빈을 발굴한 인물이다. 2012년 신림고에 재학 중이던 윤성빈의 운동신경을 눈여겨본 뒤 그를 스켈레톤의 세계로 안내했고,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강 교수는 지금도 한국체대 봅슬레이스켈레톤부 감독을 맡아 신진세력을 육성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윤성빈(24·강원도청)이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까진 본인의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썰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혼자 힘으로 정상에 오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윤성빈도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 조력자 중 한 명이 강광배(44) 서울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이다.

● “썰매 타고 싶은 사람 어디 없나”

현재 한국체대 교수 겸 썰매 종목 감독으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는 강 부회장은 한국 썰매의 선구자다. 1998나가노동계올림픽에 루지국가대표로 출전해 한국 썰매를 세계에 알렸고, 2002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선 스켈레톤을 탔다. 2006토리노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해 김동현(30·강원도청)과 짝을 이뤄 2인승봅슬레이를 탔다. 당시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종목을 바꿔가며 세 종목에 올림픽 대표로 나선 ‘썰매 개척자’는 단순히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았다. 단지 썰매 종목에 몸담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했다. 2008~2009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아메리카컵 2차대회 4인승봅슬레이에선 500달러를 지불하고 빌린 썰매를 타고 동메달을 따낸 것은 그의 썰매 사랑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강 부회장이 토리노올림픽에 출전한 2006년 당시 한국 썰매 인프라는 열악했다. 특기생을 뽑을 때 지원자가 넘치는 인기종목과 차이가 컸다. 강 교수가 달고 살았던 말이 “봅슬레이나 스켈레톤 하고 싶은 사람 있느냐”였을 정도다. 2004년 한국 썰매대표팀 감독을 맡은 뒤에도 늘 그랬다. 강 부회장이 토리노올림픽과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모두 선수 겸 감독으로 나선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오랫동안 강 부회장과 함께한 이세중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선수와 코치, 감독은 물론 마케팅, 광고까지 (강 부회장) 혼자 다 하셨을 정도다. 회사(서울연맹)를 설립했으니 ‘내가 무조건 해내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셨다”고 돌아봤다.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강광배가 없었다면 윤성빈도 없었다

선수를 수급하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종목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 보니 운동신경이 뛰어난 젊은 피를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강 감독의 눈에 들어온 이가 2012년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윤성빈이다. 그해 서울체고에서 열린 테스트에서 윤성빈의 달리기 기록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눈여겨봤고, 주저 없이 한국체대 봅슬레이스켈레톤팀으로 데려가 기존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주말에는 자신의 집으로 윤성빈을 데려가 숙식을 함께했다. 스스로 점찍은 선수를 책임지고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그 덕분에 윤성빈은 강 부회장을 만난 지 3개월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신림고 졸업 후에도 강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한국체대에 입학해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윤성빈이) 한국체대에 입학한 뒤 스켈레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 이 위원의 회상이다.

선수 수급을 걱정하던 한국 썰매의 저변이 확대한 것도 강 부회장의 업적이다. 이제는 윤성빈의 뒤를 이을 유망주의 기량 향상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바람은 한국이 꾸준한 썰매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스켈레톤이 주력 종목이다. 이 위원은 “한국 스켈레톤의 미래는 밝다. 한국체대에 신입생 두 명이 들어오는데, 스타트가 굉장히 좋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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