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박병호 복귀로 본 ‘사라지는 코리안 빅리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5시 30분


미네소타 시절 박병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네소타 시절 박병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야구팬들의 겨울은 따뜻했다. 스토브리그에서 전해지는 국내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 소식은 팬들의 응원과 격려를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다. 바다 건너 타국에서 들려오는 외신의 평가라도 보게 되면, 마치 내 가족의 성적을 보는 듯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올 한 해가 끝나기도 전에 상황은 급변했다. 높아진 것만 같던 한국야구의 위상은 모래성 마냥 허무하게 무너졌다. 한국야구는 2013년 류현진(LA 다저스), 2014년 윤석민(당시 볼티모어), 2015년 강정호(피츠버그), 2016년 박병호(당시 미네소타), 2017년에는 황재균(당시 샌프란시스코)이 KBO리그 활약을 바탕으로 각각 미국무대에 진출해 5년 연속 코리안 빅리거의 꿈을 이어갔으나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그 뒤를 이을 선수를 찾기 어렵다. 꿈의 무대를 향해 도전하는 선수는 사라지고, 오히려 쫓기듯 국내로 돌아오는 선수들만이 늘어났다.

포스팅 비용까지 발생시키며 미국 무대에 진출했던 박병호는 27일 전격 국내복귀소식을 전했다. 원소속팀이었던 넥센과 연봉 15억원에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 생활을 최종 마무리했다. 박병호는 미네소타 소속으로 2년간 타율 0.191, 12홈런, 24타점을 기록했다. 진출 초기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으나 올해는 단 한번도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는 등 1년 반 가량 이상 계속된 주빈을 겪었다. 그는 결국 잔여연봉까지 포기하며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kt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마친 황재균(30) 역시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한 케이스다. 데뷔전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듯 했으나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후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 시절 황재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샌프란시스코 시절 황재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현수(29·필라델피아)와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은 아직 메이저리그 잔류 가능성이 있지만, 확실한 계약이 보장된 자원이라고 볼 수도 없다. 강정호 역시 최근 도미니카리그에서 방출돼 거취가 불분명하다. 결국 현 상황에서 ‘코리안 빅리거’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원은 류현진과 추신수(35·텍사스)뿐이다.

종합해보면 코리안 빅리거들의 추운 겨울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한때 KBO리그를 거친 선수들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잔존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점점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 대부분은 야심 차게 도전을 선언하지만 이내 안정을 선택하며 국내로 복귀하고 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28일, “우리 선수들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들긴다 해도 이미 나이가 30살에 가깝다. 과감하게 꿈의 무대로 향하지만 막상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나면 30살 이후의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불안한 앞날을 감수하면서까지 ‘배수의 진’을 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선수들에게 마이너리그에서의 고단함은 꽤나 생소한 부분일 것이다. 확실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메이저리그 구단은 절대 콜업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기에는 기회를 많이 못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구단 입장에서는 많은 선수 중 한명일 뿐이다. 우리 선수들 만큼의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이미 마이너리그에 셀 수 없을 만큼 많다”고 덧붙였다. 냉정하다 못해 잔인하게까지 느껴지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칼바람이 한국야구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나게 만들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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