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코리아’ 자원봉사의 힘]“체육활동 도움받은 어르신들, 자존감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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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큰 배려

대한체육회의 스포츠7330봉사단은 2014년 출범 이후 4년째 스포츠 자원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25개 조가 전국에서 스포츠 자원봉사를 벌이고 있다. ‘경산베푸리’ 조가 노인들을 찾아 스포츠 놀이를 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한양콕 조가 청소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모습. 스포츠7330 봉사단 제공
대한체육회의 스포츠7330봉사단은 2014년 출범 이후 4년째 스포츠 자원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25개 조가 전국에서 스포츠 자원봉사를 벌이고 있다. ‘경산베푸리’ 조가 노인들을 찾아 스포츠 놀이를 하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한양콕 조가 청소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모습. 스포츠7330 봉사단 제공
박태준 씨(43)는 대한체육회 스포츠7330봉사단의 ‘이크에크’ 조를 이끌고 있다. 이 조에는 스포츠 자원봉사자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크에크 조는 노인대학이나 장애인 시설을 찾아 택견을 가르친다. ‘이크’ ‘에크’는 택견을 수련하는 사람들이 내는 독특한 기합 소리다. 어느덧 4년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 씨는 “70세가 넘은 어르신도 즐겁게 따라 할 때면 내 마음도 편해진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사회적 약자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스포츠만 한 것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크에크 조는 올해 7월 택견 교육을 받은 노인 20여 명을 지역 축제 때 무대에 올려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 씨는 “다음 목표는 택견 교육을 받으신 분들이 또 다른 시설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3년째 스포츠7330봉사단의 ‘경산베푸리’ 조는 지역에서 개최된 탁구 대회와 배드민턴 대회에서 손발 노릇을 하고 있다. 대회가 열릴 때마다 20여 명이 경기 운영에서 관중 안내까지 전 과정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대회가 없는 날에는 주로 경로당이나 노인 시설을 찾아 운동과 놀이를 가르친다. 일종의 스포츠 치료다.

경산베푸리의 조장 현옥순 씨(58·여)는 “스포츠 자원봉사가 기존의 자원봉사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시락 배달과 같은 자원봉사도 의미가 있지만 스포츠 자원봉사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건강이 좋아지고 자존감도 높아진다는 것.

이처럼 스포츠 자원봉사는 생활체육을 활성화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약자의 건강 증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스포츠 자원봉사가 널리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해외에서 스포츠 자원봉사가 활성화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독일은 14세 이상 국민의 10% 이상이 스포츠와 관련된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일본에서도 연간 350만여 명이 스포츠 자원봉사를 한다. 미국의 경우 연방 정부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전국 단위의 스포츠 자원봉사 네트워크가 조직돼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체육회의 스포츠7330봉사단이 스포츠 자원봉사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다. 대한체육회는 2005년 스포츠7330 캠페인을 시작했다. 1주일에 3회,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하자는 취지다. 2014년에는 스포츠 자원봉사를 목적으로 한 생활체육7330서포터스 1기가 출범했다. 2016년에 봉사단의 이름을 현재의 스포츠7330봉사단으로 바꿨다. 올해 4기가 활동 중이다.

4년 동안 스포츠7330봉사단은 전국 각지에서 활동했다. 대학생과 생활체육 동호인, 은퇴 선수 등 참여자의 신분도 다양하다. 연인원 기준으로 대략 2000명이 이 봉사단을 통해 스포츠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단의 활동 영역은 상당히 넓다. 노인복지관, 장애인 시설, 지역아동센터,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도서 벽지 학교, 한부모 가족 시설 등 주로 소외계층이나 단체에 집중된다. 유소년과 청소년, 여성 관련 단체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밖에 일반 시민을 상대로 스포츠 버스를 운영해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도 한다. 또 취약 시설에 운동용품을 지원하거나 스포츠 재능 기부를 한다. 각종 스포츠 행사를 지원하는 것 또한 스포츠 봉사단의 중요한 활동 영역이다.

현재 23개 조가 자원봉사를 벌이고 있다. 이 중 한 개 조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홍보조직인 청년대사로 활동 중이다. 지역별로는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 ‘한통속’ ‘비빔밥’ 등 6개 조가 활동하는 서울에 조직이 가장 많다. 이어 경기 지역에서 ‘미쁘다’ ‘한양콕’ 등 4개 조가 활동하고 있다. 나머지 시도에서는 대체로 1, 2개 조가 활동하고 있다.

매년 12월에는 그해의 자원봉사를 스스로 평가하는 행사를 갖는다. 이를 통해 바람직한 스포츠 자원봉사를 모색하고, 다음 해의 사업을 구상한다. 자원봉사 우수 사례를 발표하기도 한다.

스포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통속의 조장 송승화 씨(25)는 “상당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청년대사로도 활동 중인 오정우 씨(23)는 “7330의 정신이 정말 좋은데도 많은 시민이 모르는 것 같아 참여했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스포츠 자원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경산베푸리의 조장 현 씨는 “2기부터 참여했는데, 처음에는 솔직히 잘 몰랐다. 그러다 3기 때 자체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힘이 생겼고, 4기에는 능숙해졌다”고 말했다. 스포츠 자원봉사가 시간이 흐를수록 체계를 갖춘다는 뜻이다. 현 씨를 포함해 3, 4년 연속 스포츠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이들은 내년의 5기에도 꼭 참여하고 싶단다.

실제로 스포츠7330봉사단에 참여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지난해 말 대한체육회가 봉사단에 참여한 이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체로 5.0점 만점에 4.0점이 넘었다. 다른 단체나 지인에게 추천하겠다는 의견은 4.2점, 자신이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는 의견도 4.1점이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체육활동#스포츠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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